3일 개봉 디즈니 새 애니메이션 ‘위시’
100주년 기념작치곤 완성도 떨어져
밤비, 발루, 피터 팬 등 보는 재미 있어
소원이 이뤄지는 왕국이 있다. 로사스다. 왕 매그니피코(목소리 연기 크리스 파인)가 마법을 연마해 만든 나라다. 사람들은 소원성취를 위해 왕국에 모여들었다. 문제는 있다. 왕은 매달 한 명씩만 선정해 소원을 이뤄 준다. 선정 기준은 알 수 없다. 백성들은 왕에게 소원을 다 맡겨야 하는데 그 후에는 자신의 소원이 뭔지를 잊어버린다. 자신의 소원을 알지도 못하면서 소원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며 왕을 숭배하는 셈이다.
소원을 맡긴 백성과 마법사 왕
월트디즈니의 새 애니메이션 '위시'는 소원을 소재로 삼았다. 익숙한 캐릭터들이 선악 대결을 펼친다. 소원을 바탕으로 건설된 왕국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일과 이에 맞서는 젊은 여성 아샤(아리아나 더보즈)의 활약이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꿈과 희망, 권선징악 등의 메시지를 전하고는 했던 디즈니다운 설정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소원을 잊어버리면서까지 그 소원을 이루고 싶어 한다는 설정이 작위적이기도 하다.
매그니피코가 악의 화신으로 돌변한 후 거울을 보며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대목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의 변주인데 전복적이지는 않다. 뮤지컬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2022)로 미국 아카데미상 조연상을 받은 아리아나 더보즈를 캐스팅한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여러 노래를 내세워 즐거움을 주려 한다. 하지만 귀에 감기는 곡이 딱히 없다. 정의로운 아샤를 적극 도와주는 아기별은 앙증맞으나 ‘겨울왕국’ 시리즈의 올라프처럼 인상적이진 않다.
디즈니 애니 캐릭터들 보는 잔재미
잔재미는 있다. 월트디즈니 창립 100주년 기념작이라는 수식에 어울리게 디즈니의 여러 캐릭터들과 만날 수 있다. 아샤를 돕는 궁궐 동료들은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속 난쟁이들의 특징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로사스의 백성 중에는 피터 팬이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 팬'(1953)에 등장했던 모습 그대로다. 아샤는 숲에서 아기 사슴과 곰을 마주하는데 디즈니 애니메이션 '밤비'(1942)와 '정글북'(1967)에 각기 나왔던 밤비와 발루다. 디즈니가 엔터테인먼트 제국을 건설하는 데 기반이 됐던 애니메이션들을 향한 오마주인 셈이다(디즈니는 100년 동안 장편 애니메이션 62편을 선보였다). 하지만 '위시'는 디즈니 100년을 집약한 수작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씁쓰레하다.
지난달 27일 먼저 개봉한 북미 지역에서 흥행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지난달 29일 흥행집계사이트 더 넘버스에 따르면 '위시'는 북미에서 5,774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역대 월트디즈니 영화 중 흥행 순위 23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로는 171위다. 전 세계(41개국) 흥행 수익은 1억4,454만 달러다. 제작비가 2억 달러(추산) 들어간 영화로서는 좀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표다. 이미 상영 중인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들은 연말 연초 개봉할 예정이라 흥행 수치는 더 나아질 전망이다.
'겨울왕국' 1, 2편을 연출한 45년 '디즈니맨' 크리스 벅 감독이 폰 비라선손 감독과 함께 공동 연출했다. 3일 개봉,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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