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미 상공 비행하다 격추… 미중관계 악화 계기
NBC “중 풍선, 미 통신망으로 대용량 정보 전송”
올해 초 미국 영공에 침입해 미중관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통신사 네트워크를 이용해 비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정보 수집에 미국 통신망을 활용한 중국의 기발한 작전에 미국이 당했던 셈이다.
미국 NBC방송은 28일(현지 시간) 복수의 미국 전현직 관리를 인용, "미국 영공에 출몰했던 중국 정찰풍선이 미국 업체의 네트워크망을 통해 비행경로 결정 등 자국과 통신을 주고받았다는 정보당국의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같은 통신을 통해 정찰풍선이 짧은 시간 내에 고대역폭의 대용량 데이터를 수집, 중국으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했으리라는 게 미 정보 당국 판단이라고 한다. 다만 해당 통신사는 정찰풍선이 자사 통신망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올해 1월 말 미국 영공에 버스 3대 크기의 대형 중국 정찰풍선이 침입한 게 포착됐다. 미군은 일주일간 추적한 끝에 2월 초 동부 해안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켜 격추했다. 이후 미중 대화 채널 단절, 수출 제한 등 양국 갈등 악화로 이어졌다.
중국은 민간 기상 관측용 기구가 의도치 않게 항로를 이탈한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미국은 몬태나주(州) 공군기지 인근을 정탐하던 정찰기라고 주장했다. 몬태나 공군기지에는 핵미사일 격납고가 있다. 이후 잔해 등을 조사한 미 당국은 정찰풍선의 예상 비행경로를 면밀하게 추적함으로써 중국의 지상 정보 수집을 차단해냈다고 밝혔다.
다수의 전직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과거부터 다양한 국가에서 상업용 네트워크를 백업 통신망으로 은밀하게 써 왔다"고 NBC에 밝혔다. 미 정보당국은 중국이 최근 몇 년간 정찰풍선을 통해 최소 5개 대륙에서 적어도 24차례 임무를 수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인공위성의 해외 정보 수집 활동을 보완하기 위해 정찰풍선을 활용하고 있다고 본다. 정찰풍선은 인공위성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에, 특정 지점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보다 선명한 사진 촬영도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인공위성으로는 잡아낼 수 없는 전파 신호까지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은 총통 선거를 코앞에 둔 대만을 향해서도 정찰풍선을 날려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23일 중국발(發)로 추정되는 정찰풍선이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북부 항구도시 지룽시 서북쪽 197㎞ 상공까지 비행했다. 대만 군 당국이 중국 정찰풍선을 포착한 것은 이달 들어서만 벌써 다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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