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폐지 수집 노인 첫 실태조사
절반 이상 "생계비 마련 위해 폐지 모아"
경제활동 했었지만 "타 직종 구직 곤란"
전국 어디를 가도 거리에서 마주치는 폐지 수집 노인들의 시급이 1,000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80% 이상은 예전에 경제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폐지에 생계를 의지하고, 건강은 다른 노인들에 비해 열악한 상태였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전수조사를 거쳐 이들을 노인일자리사업에 연계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전국 고물상 중 표본 추출해 일대일 조사
보건복지부가 28일 발표한 ‘2023 폐지 수집 노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지를 줍는 노인은 전국에 4만2,000명으로 추산됐다. 평균 연령은 76세이고, 80세 이상도 30.4%를 차지했다. 여성보다는 남성(58%) 노인이 조금 더 많았다.
조사는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폐지 수집 노인 1,03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복지부는 전국 고물상(4,282개)을 파악한 뒤 지역 대표성을 가진 105곳을 표본으로 추출했다. 이어 폐지를 납품하는 노인에 대해 일대일 조사를 실시했다. 폐지 수집 노인에 대한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인들은 하루 평균 5.4시간, 주 6일을 일해 월 15만9,000원을 벌었다. 시간당 소득은 1,226원으로 최저임금(9,620원)의 12.7%에 불과했다. 기초연금 등을 더한 평균 총소득은 74만2,000원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전체 노인 개인소득 평균(129만8,000원)의 57%다.
폐지 수집을 하는 이유로는 생계비 마련(54.8%)이, 시작 계기로는 타 직종 구직 곤란(38.9%)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노인들이 꼽은 애로사항 1위는 폐지 납품 단가 하락(81.6%)이었다. 폐지 단가는 2017년 ㎏당 144원에서 올해 74원으로 반토막 났다.
다른 노인들에 비해 건강 상태도 나빴다. 자신이 건강하다고 인지하는 비율은 21.4%로, 전체 노인(56.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우울 증상을 보이는 비율(39.4%)은 일반 노인의 2.9배였다.
폐지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 대부분은 65세 이전에 경제활동을 했다고 답했다. 85.9%가 경제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고, 평균 활동 기간은 23.7년이었다. 경제활동을 중단한 이유는 건강 악화(39%), 해고·명예퇴직(26.1%) 등이었다.
노인일자리 연계...원하지 않는 노인들은 어떻게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 전수조사를 통해 폐지 수집 노인들을 노인일자리 사업에 연계할 계획이다. 건강이 좋지 않거나 75세 이상 고령은 월 29만 원까지 지원 가능한 공익활동형에, 근로 능력이 높거나 소득 활동 욕구가 있는 노인은 사회서비스형(월 76만 원) 일자리를 지원할 방침이다. 기초연금 같은 공적 제도를 이용하지 못할 경우 신청을 돕고, 우울증·치매 등 건강 상태가 나쁜 노인은 맞춤 돌봄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폐지 수집 노인들의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 욕구가 낮은 것은 걸림돌이다. 실태조사에서도 노인일자리 사업을 알고 있는 비율은 79%였지만 현재 참여 중인 노인은 9%에 그쳤다. 게다가 57.7%는 향후 참여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노인일자리사업 소득이 폐지 수집보다 많은 만큼 상담을 통해 최대한 일자리를 연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계속 폐지 수집을 원하는 노인들을 위해 '자원재활용 시장형 사업단'도 제시했다. 폐지를 수집해도 월 38만 원의 소득을 보장하는 대안이다. 사업단 참여 시 방한·안전장비가 지급되고, 상해보험에도 가입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