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정책실장 1개월 만 비서실장으로
연속성 고려했지만, 변화 메시지는 분산
정책 성태윤·안보 장호진 '용산 2기' 본격화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이관섭 정책실장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김대기 초대 비서실장은 약 20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선친 윤기중 명예교수의 제자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를 정책실장에,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을 국가안보실장에 각각 기용했다. 3실장의 동시교체로 지난달부터 시작된 윤석열 정부 2기 대통령실 체제가 완전한 진용을 갖추고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정권 초부터 대통령실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이 실장을 중용한 것은 안정과 연속성에 방점을 찍은 인사로 풀이된다. 다만 대통령실 조직 개편 한 달여 만에 수장을 교체하면서 '용산2기' 체제 출범으로 기대할 수 있는 국정운영 일신 등의 메시지는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격 사임 발표… 대통령실 "쇄신 발맞출 적기"
김대기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비서실장직을 올해 말까지만 하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이관섭 실장이 비서실장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김 실장 교체설은 전격적이다. 지난달 수석 비서관 전원 교체와 정책실장 신설 및 이 실장 승진 기용 인사를 단행하기 전에도 김 실장 용퇴설이 제기됐으나, 자리를 지켜 '내년 총선까지 김대기 체제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사퇴 배경에 대해 김 실장은 "(비서실장으로) 20개월이면 대통령 임기 3분의 1 정도"라며 "과거의 예를 보더라도 (한 정부) 비서실장은 3명 이상이었기에 20개월 정도 하면 소임은 다하지 않겠나 생각이 들어 얼마 전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생각해 보자'고 하다 그제 승인해 주셨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실장 후임 정책실장엔 성 교수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태용 안보실장 후임엔 장 차관을 발탁했다. 대통령실 고위직 3자리 인사를 일괄적으로 현시점에 하는 배경에는 여권의 비상대책위 출범과도 맞물려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도 대규모 개각이 있었고 당에선 73년생 한동훈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올랐다"며 "김 실장이 (통상적인 임기를) 꽉 채운 만큼 언젠가는 내려와야겠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변화의 바람이 부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김 실장이 개각과 2024년도 예산안 처리,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등 정부·여당 주요 현안을 모두 챙기고 '용산2기'에 바통을 넘겨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쇄신 메시지 극대화 평가는 엇갈려
인사 시점과 내용면에서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실장 교체만 해도 지난달 단행된 전면적인 대통령실 조직 개편과 후속 인사와 함께 이뤄지는 게 일반적 수순이었다. 하지만 유임 메시지를 보낸 지 한 달여 만에 김 실장 사의를 수용한 자체가 '용산2기' 출범에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 후속으로 이 실장을 기용한 것도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정기획수석 시절부터 영역을 가리지 않고 문제 해결을 도맡아 하며 윤 대통령 신임을 받은 이 실장은 유력한 차기 비서실장 후보로 꼽혀 왔다. 하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국정 기조 변화가 필요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 이 실장의 거취가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우려를 감안해 정책실장 후임에 '1970년생 학자 출신' 성 교수를 낙점했지만, 성 교수가 윤 대통령 선친 윤기중 교수 제자라는 점에서 '연고 인사' 비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윤 정부 세 번째 안보실장을 맡게 된 장 차관은 미국과 북핵, 러시아 등에 해박한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조태용 국정원장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장 차관 후임엔 김홍균 주독일대사가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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