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학생 500여 명 난민에 폭력 행사
"난민 탓 범죄 늘고 일자리 줄어" 주장도
인도네시아에서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향한 반감과 혐오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배를 타고 찾아온 난민들을 다시 망망대해로 되돌려 보낸 데 이어, 임시 거처를 습격해 내쫓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로힝야 난민 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자 그간 우호적이었던 무슬림 현지인들마저 이젠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학생들 위협에 "공포 질린 난민들 눈물 흘려"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州) 반다아체 주정부 청사에 대학생 약 500여 명이 나타났다. 이 건물 지하에는 지난달 방글라데시 난민 캠프에서 배를 타고 건너온 로힝야족 137명이 머물고 있다.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다.
학생들은 난민들에게 물병을 던지며 “로힝야족은 아체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난민들에게 달려들며 폭력을 행사하거나 소지품을 발로 걷어차고, 강제로 끌어낸 뒤 건물 밖에 대기시켰던 트럭에 나눠 태우기도 했다. AP통신은 목격자를 인용, “공포에 질린 난민들이 눈물을 흘리며 떨었다”고 전했다.
대학생 리더인 무함마드 칼리스는 “우리도 처음에는 로힝야족을 난민으로 대했지만, 이들이 아체주에서 일자리를 구하며 점점 일반 밀입국자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국민과 로힝야족 갈등 확산을 피하기 위해 난민들이 즉각 자국으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인도네시아 사법 당국이 난민과 이들을 돕는 인도주의 기관 직원 보호를 위한 긴급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난민 급증으로 거부·적대감 커져
이번 공격은 인도네시아에서 커지는 ‘로힝야 거부감’을 보여준다. 이슬람계인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오랜 기간 탄압받았다. 특히 2017년 8월 미얀마에서 벌어진 로힝야족 대량 학살 이후 74만 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난민캠프로 대피했다.
그러나 캠프 내에서 극심한 생활고와 질병에 시달리고 마약, 총기 범죄도 잇따르자 많은 이가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망망대해로 떠나고 있다. 주 목적지는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나 무슬림이 다수인 인도네시아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벵골만(인도양) 앞바다가 잔잔해진 지난달부터 대거 바다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최근까지 한 달 반가량 되는 기간 동안 1,500명이 넘는 난민들이 인도네시아 아체주에 도착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을 펼치는 아체주는 그간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박해받은 로힝야 난민에게 호의적이었다. 올 초만 해도 난민들에게 생필품을 나눠주거나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최근에는 난민을 태운 배가 해변에 나타나면 상륙을 막거나 음식과 대피소 제공을 거부하는 등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보이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난민들이 임시 거처를 탈출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인도네시아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잇따른다. 유엔은 이번 학생들의 습격 역시 온라인에서 퍼지는 가짜 뉴스와 증오 표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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