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기독교 갈등 지역서 수백 명 사상
현지 언론, 무슬림 무장 단체 소행 추정
국제앰네스티 "정부, 비난 이상을 해야"
서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중부 지역의 성탄절이 피로 얼룩졌다. 종교·민족 갈등으로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 이곳의 여러 마을에서 사흘간 이어진 무장 단체의 공격으로 최소 16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런 공격이 빈번하지만, 수치스러울 정도의 국민 보호 실패"라며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23~25일 마을 20여 곳 공격... 사상자 460명 이상
AFP통신은 나이지리아 플래토주(州)에서 무장 단체의 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 수백 명이 발생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플래토주 보코스 지역 지방정부의 먼데이 카사 의장 대행은 "23일 시작된 공격이 25일 이른 시간대까지 계속됐다"며 보코스에서 시신 113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딕슨 촐롬 주의원에 따르면 보코스 인근 지역인 바르킨하디에서도 최소 5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체 사망자는 160명 이상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부상자도 300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사 의장대행은 현지에서 '도적'으로 통하는 무장 단체가 마을 20여 곳 이상에 조직적 공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현지인들은 AFP에 "자고 있던 한밤중에 총성이 울렸다"며 "주민들이 숨었는데도 무장 단체 대원들은 많은 이들을 잡아냈다. 일부는 죽고 일부는 다쳤다"고 증언했다.
공격 주체나 습격 경위 등은 현재로선 확실치 않다. 다만 나이지리아 매체 '더가디언'은 공격 주체와 관련, "의회에 난입한 풀라니족(fulani) 무장 단체와 연관돼 있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풀라니족은 나이지리아 북부에 주로 거주하는 무슬림 민족이다.
플래토주는 과거부터 첨예한 종교적·민족적 갈등으로 몸살을 앓아 왔던 곳이다. 이슬람교 신도가 대부분인 나이지리아 북부, 기독교도가 많은 남부의 경계에 위치한 탓이다. 지난 5월에도 무슬림 목동, 기독교 농부 간 다툼이 유혈 충돌로 비화해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앰네스티 "국민 보호 실패, '표준'이 되는 중"
앰네스티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국민 보호에 있어서 나이지리아 당국의 몰염치한 실패가 점차 '표준(norm)'이 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은 이런 공격을 단순히 비난할 게 아니라, 그 이상을 해야 한다"며 의심되는 가해자를 즉시 재판에 회부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앰네스티는 지난 6월에도 "농촌 지역사회가 난폭한 살인자들의 치명적 공격에 직면해 있다"며 정부 대응을 요구했다.
칼렙 무트프왕 플래토주 주지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 "야만적이고 잔인하며 부당하다"며 공격을 벌인 무장 단체를 규탄했다. 기양 베레 주지사 대변인은 "정부는 무고한 민간인을 겨냥한 지속적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적극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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