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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VS 나이는 숫자에 불과

입력
2023.12.25 17:1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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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지난 7일 연세대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특강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86세대 퇴진론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뉴시스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지난 7일 연세대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특강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86세대 퇴진론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뉴시스

신민당 원내대표인 김영삼(YS)이 1969년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야당 대선후보 출마선언을 한 게 그의 나이 만 40세이다. 야당 지도자들이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렸지만 노쇠로 인한 신체적 장애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다는 게 그 논리다. 뒤를 이어 김대중(DJ) 이철승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40대 기수론은 힘을 받았다. 당시 총재 유진산은 구상유취(口尙乳臭)라 했지만 40대 패기에 밀렸다. 이듬해 DJ는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YS를 누르고 71년 신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40대 기수론은 우리 정치사에서 반복되는 세대교체론의 원조가 됐다.

□ YS는 대통령 시절인 95년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세대교체론을 내세운 적이 있다. 국민이 세대교체를 원하고 있으며, 다음 대통령은 차세대 지도자의 몫일 것이라 했다. 하지만 YS의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랜 정치적 라이벌인 DJ가 97년 대선에서 DJP 연합을 통해 대통령 배턴을 이어받았다. 정치에서의 세대교체론은 권력투쟁의 한 단면인 동시에 정치적 목적성 또한 두드러진다.

□ 민주당 주류인 86세대에 맞서 국민의힘이 70~90년대생을 일컫는 '789세대론'으로 차별화에 나선 건 그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를 앞세워 혁신과 오버랩시키는 건 총선 전략으론 자연스럽다. 86세대는 민주당 내에서도 “언제까지 주류로 있을 거냐”는 도전에 매번 시달렸다. 86세대 대표격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집단으로 몰아 퇴출 대상이라 하는 건 정치적 공격”이라며 억울해했다. “우리끼리 해먹자고 한 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 한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유행했다. 경험과 지혜는 정년이 없다는 광고 카피도 있다. 노화와 평균 건강 정도로 보면 86세대도 신체 나이로는 한 세대 전의 40대에 견줄 만하다. 중년(40~60대)의 뇌는 판단력이나 분별력, 어휘력 등에서 일생의 절정기에 있다는 뇌과학 연구도 있다. 미래에 도전적인 패기 못지않게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도 중요하다. 정치든 사회든 노장이 조화를 이루는 게 이상적 조합일 것이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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