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이어 항공기 대규모 결항
항공사 카운터 사람 몰려 북새통
“어제 올라갔어야 했는데 큰일입니다. 언제 항공기 운항이 재개될지, 좌석은 구할 수 있을지 몰라 불안합니다. 눈이 웬수(원수)네요.”
22일 오후 폭설로 활주로가 폐쇄돼 항공기 운항이 중단된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 대합실에서 만난 관광객 이모(55)씨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출발 안내 현황판 앞에 모여 실시간 운항 상황을 지켜보던 이용객들 역시 연이어 뜨는 빨간 글씨의 결항 표시에 초조한 기색이었다. 일부 저비용항공사(LCC) 카운터는 결항으로 인한 환불과 여정 변경을 문의하려는 이용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항의하는 일부 관광객과 항공사 직원 간 실랑이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출장 때문에 전날 오전 내려왔다는 송모(45)씨는 “원래 당일치기로 출장 업무를 마치고 어제 오후 늦게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결항돼 오늘 다시 겨우 예약했는데 또 비행기가 못 뜬다니 허탈하다”고 했다.
제주공항에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6.8㎝의 눈이 쌓이면서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제설작업으로 인해 활주로가 문을 닫았다. 당초 오전 9시 50분부터 운항을 다시 시작하려 했지만 제설작업이 지연되면서 오전 10시 50분, 오후 1시, 오후 3시, 오후 4시로 4차례나 늦춰졌다. 운항예정 항공기 481편 중 절반이 넘는 277편이 무더기 결항했고, 김포·청주, 중국 푸동발 항공편 4편은 제주로 오다가 다시 돌아갔다. 폐쇄 7시간 40분 만인 오후 4시 공항 운영을 재개했지만 체류객들을 모두 실어나르기는 역부족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전날 제주를 떠나지 못한 사람이 많아 일부 대형항공사가 임시편을 투입해도 항공기 좌석이 거의 여유가 없을 것”이라며 “제주에서 발이 묶이는 이용객들이 상당수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 지역에 사흘째 이어진 한파와 폭설에 크고 작은 사고도 잇따랐다. 오전 8시 12분쯤 제2산록도로에서 3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눈길에 고립됐다 구조되는 등 눈길 교통사고 8건이 발생해 1명이 다쳤다. 거리 곳곳이 빙판으로 변해 시민 19명이 낙상 사고를 당해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학생 안전을 위해 도내 310곳의 유치원, 초·중·고교, 특수학교 중 16.1%인 50곳이 등하교 시간을 변경했다. 삼각봉에 1m 가까운 눈이 쏟아진 한라산도 25일까지 7개 탐방로가 전면 통제된다. 오후 3시 기준 한라산 지점별 누적 적설량은 삼각봉 92.4㎝, 사제비 82.4㎝, 영실 53.7㎝ 등에 달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충남 예산에선 오전 9시 11분쯤 도로 가장자리에서 50대 A씨가 눈 속에 파묻혀 숨져있는 걸 지나가던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평소 간경화 등 지병을 앓았던 A씨는 전날 음주 후 귀가 도중 쓰러졌다가 장시간 방치돼 동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2시 39분쯤 대전 유성구 호남고속도로 지선 상행선 37.6km 지점(회덕 방면)에서는 승용차 간 추돌 사고로 뒤따르던 차량 7대가 연이어 부딪혀 60대 1명과 20대 2명까지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수습 여파로 1시간 이상 도로 정체가 빚어졌다. 이 밖에 전국 곳곳에서 210건(오전 11시 집계)의 수도계량기 동파사고가 났고, 전북 군산에서는 축사 2동과 비닐하우스 1동이, 충남지역에서는 비닐하우스 10동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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