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오륜 이어 6년 만에 유스올림픽 열려
강원도, 폐막 뒤 마땅한 활용방안 없어 고민
별다른 대책 없이 “정부가 맡아달라” 반복
평창올림픽을 치렀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서 6년 만에 국제경기가 열리지만 대회가 끝나면 활용방안이 막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릉 오벌은 몇 년 뒤 철거가 예정된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의 대안으로도 꼽히지 않고 있어, 활용방안을 놓고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강릉 올림픽파크에 자리한 강릉 오벌에선 다음 달 19일 개막하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유스올림픽) 개막식과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이 펼쳐진다. 네덜란드의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37)와 이상화(34), 고다이라 나오(37) 등이 레이스를 펼친 평창올림픽 이후 무려 6년 만에 열리는 대회다.
지난 2017년 완공한 강릉 오벌(3만7,455㎡)은 태릉 국제스케이팅장과 함께 400m 더블트랙을 갖춘 국내 두 곳뿐인 국제규격 실내 빙상장이다. 건립에 예산 1,264억 원이 투입된 이 경기장은 올림픽 이후 논란 끝에 존치가 결정됐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강릉 오벌이 활용된 사례는 강원도 홍보 동영상 촬영과 게임월드컵 및 축제 부대행사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정작 빙상경기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요즘은 영화 ‘노량’의 촬영장소로 더 잘 알려진 정도다.
올림픽 이후 엘리트 선수와 동호회 훈련장으로 사용되는 강릉하키센터와 알펜시아 슬라이딩·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스키점프센터, 수영장으로 개조된 강릉 아이스아레나와는 대조적이다. 강원도는 그동안 경기장 기능을 상실한 강릉 오벌을 유지하는 데 30억 원 가까운 혈세를 썼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겨울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없이 내린 결정이 수년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창올림픽의 감동이 다시 살아난다고 해도 잠시뿐, 유스올림픽 폐막 이후 활용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1,300억 원 가까운 혈세를 들인 경기장이 일회성 이벤트 뒤 또다시 방치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일반인에 개방해 생활체육시설로 활용하자니 한 번에 4,000만 원에 달하는 제빙비용과 적게 잡아도 한 달 7,000만 원에 이르는 전기료가 부담이다. 쉽게 말해 얼음 얼리는 값도 나오지 않으니 방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에는 강릉 오벌이 철거 예정인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팅장을 대신하길 바라던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지는 분위기다.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모 중인 국제 스피드스케이트장 유치에 강원 춘천시와 철원군, 경기 동두천·의정부시가 뛰어들었지만, 강원도는 정부와 대한체육회 등에 강릉 오벌을 활용하자는 제안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빙상계에서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2시간 넘게 걸리는 접근성 문제로 강릉 오벌을 태릉의 대안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등록 선수의 70%가량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선수들이 강릉으로 이동해 훈련하고 대회를 치르는 건 무리라고 보는 것이다. 강릉 오벌은 접근성이 떨어져 전국 동계체전조차 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국제빙상연맹(ISU) 심판인 권복희 강원도 빙상연맹회장은 “경기인들 모두 좋은 경기장이 있지만 마땅한 활용방안이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속사정을 털어놨다.
6년 전 “냉동창고로 쓰고 싶다”는 수산업체의 제안을 거절한 강원도는 정부가 맡아 경기장을 관리해 달라는 요청만 수년째 반복 중이다. 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진행 중인 경기장 활용에 대한 용역결과를 보고 활용방안을 다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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