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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조 원 ‘간병지옥’ 끝날까… 요양병원 급여화, 퇴원 후 돌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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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조 원 ‘간병지옥’ 끝날까… 요양병원 급여화, 퇴원 후 돌봄 지원

입력
2023.12.22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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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간병통합서비스 400만 명으로 확대
간병비 부담 줄어들지만 재원 마련 숙제
요양병원 지원금 노린 도덕적 해이 우려
"판정체계 구축·요양병원 구조개편 필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산병원 정형외과 병동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부축해 병실로 데려가고 있다.한국일보 자료사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산병원 정형외과 병동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부축해 병실로 데려가고 있다.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정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간병지옥’을 끝내기 위해 의료기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대폭 확대된다. 개인이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했던 요양병원 간병서비스와 퇴원 후 돌봄도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초고령화로 간병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간병비 급여화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충당할지는 숙제로 남았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간병비 10조 원 절감

보건복지부는 입원ㆍ수술, 회복ㆍ요양, 퇴원 이후까지 치료 단계별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21일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적 간병비 규모가 매해 증가해 올해 1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되고 간병비 상승률이 연간 9.3%(2022년ㆍ통계청)에 달하는 등 간병 부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데 따른 종합 대책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19일 국무회의에서 국가 간병서비스 체계 마련을 주문했다.

정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이용 환자 수를 현재 230만 명에서 2027년 400만 명까지 늘려 사적 간병비 부담을 10조6,877억 원가량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37.4% 수준인 종합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성과평가 인센티브 지표 중 병상 참여율 비중을 30%에서 35%로 올린다. 인센티브 지원금도 290억 원에서 730억 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또 2026년부터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22개)은 참여 가능 병동 수가 최대 4개에서 6개로 확대되고, 비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23개)은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중증환자 전담병실’도 도입한다. 간호사 1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각각 환자 4명, 8명을 돌본다. 병원이 경증환자만 통합서비스 병동에 입원시키고 손 많이 가는 중증환자는 배제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 병동만이 아니라 의료기관 전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도 바꾼다. 위중한 환자가 많은 병원엔 간호인력이 더 많이 배치되고, 병원과 간호인력이 받는 보상도 늘어난다.

간호인력에 업무 부담이 커지는 만큼 처우 개선에도 신경 썼다. 중증 환자 비율이 높은 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과 동일한 인력배치 기준을 적용해 근무조당 간호사 1명이 환자 5명을 담당하게 한다. 간호사 병가 등 결원에 대비해 ‘대체 간호사’를 병동 2개당 1명을 지원하고, 야간 전담 간호조무사 대상 수가도 신설할 예정이다.

요양병원 간병서비스·퇴원 후 돌봄도 국가 지원

정부가 21일 발표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가 21일 발표한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 보건복지부 제공

요양병원 간병서비스도 사회보장체계 안으로 흡수된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중 무엇을 적용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우선 내년 7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1차 시범사업을 하면서 환자 선정 방식, 간병인력 업무 및 배치 기준 등을 검증하고, 2026년 1년간 재원 조달 방식을 고려한 2차 시범사업을 거쳐, 2027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지원 대상자는 요양병원 입원환자 5단계 분류체계 중 의료최고도(最高度)와 의료고도(高度)이면서 장기요양 1, 2등급에 해당하는 환자로 엄격히 제한된다. 불필요하게 장기 입원한 경증 환자가 혜택을 보는 불합리를 막기 위해서다.

간병서비스 질도 높인다. 일정 교육을 이수한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를 채용하고, 간호사가 간병인 지도ㆍ감독을 맡아 불법 의료행위를 차단한다. 간병인 1인당 연평균 4명을 간호하며 교대근무가 가능하도록 재정도 지원한다.

간병비만큼 부담이 컸던 퇴원 후 돌봄도 국가가 책임진다. 집에서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재택의료센터를 2027년까지 전국 시군구에 1곳 이상 설치하고, 산하에 ‘방문형 간호 통합제공센터’를 신설해 퇴원환자에게 재가간호서비스를 제공한다. 퇴원환자 단기ㆍ긴급 돌봄 사업은 내년부터 시행한다. 민간 간병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한 간병인력 공급기관 등록제 도입, 간병인 교육ㆍ훈련 프로그램 개발, 병원 간병인 관리 표준지침 마련도 추진하기로 했다.

방향은 옳지만… 재원 마련 등 정교한 설계 필요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병비 걱정없는 나라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병비 걱정없는 나라 당·정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정부가 간병비 폭탄 해결에 나섰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했다. 정부는 중증환자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간병비가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개인이 간병인을 구해 하루 12만~15만 원을 지불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급여 지원을 받아 2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문제는 의료기관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참여를 어떻게 독려하느냐다. 지난해 말 병상 수 기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률은 29% 수준에 불과하다. 증증환자 간병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정부는 의료인력의 수도권 쏠림을 막고자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이 간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동 수에 여전히 제한을 뒀다.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도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특히 요양병원 간병서비스는 국가가 지원할 경우 15조 원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복지부는 “중증도와 장기요양등급 기준을 동시에 적용하기 때문에 지원 대상 규모는 요양병원 전체 입원환자의 5.3% 정도로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며 “정확한 소요 예산은 시범사업을 거쳐 추계하겠다”고만 설명했다.

도덕적 해이도 막아야 한다. 요양병원의 경우 통원 치료로도 충분한 환자들이 장기간 입원하는 이른바 ‘사회적 입원’이 많아 문제가 돼 왔다. 간병서비스 지원 대상을 외부기관이 심사한다고는 하지만, 지원금을 노린 부당 행위를 원천 차단할 촘촘한 거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환자의 의료ㆍ요양 필요도를 판단하는 통합판정체계 구축과 요양병원 구조개편 및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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