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일부 해외로 돌린 건 이용제한 아냐"
국내 이용자들에게서 발생하는 트래픽의 일부를 해외 쪽으로 돌려, 접속 속도를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 억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21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페이스북(현재 메타)이 과징금 등 시정명령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방통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방통위의 시정조치 명령은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므로, 과징금 부과를 취소한 원심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방통위와 페이스북 간 갈등은 2016년과 2017년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인 SKT와 LGU+의 인터넷 트래픽 접속경로 일부를 해외 서버로 바꾸면서 촉발됐다. 경로 변경으로 국내 접속이 지연되자,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들과의 망 사용료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일부러 속도를 떨어뜨렸다고 봤다. 그리고 이듬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물렸다.
페이스북은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쟁점은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들의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느냐로 좁혀졌다. 이 행위는 구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조치였다. 1심은 느린 속도로나마 이용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제한'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2심은 "이용 제한엔 해당하지만,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과징금 처분 취소를 주문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1심과 같았다.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은 근거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단어의 사전적 의미 등을 고려하면 이용 지연이나 불편을 초래하는 행위까지 '제한'에 포함시키는 것은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다"면서 "접속경로 변경은 페이스북의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규제의 미비가 이런 논란의 배경이라는 점도 짚었다. 현행법상 페이스북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의무'가 생긴 건 이번 논란이 불거진 이후인 2020년 6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부터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관련 조항 신설 이전엔 사업자의 일방적인 접속경로 변경행위에 대한 규율의 법적 공백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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