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선 "횡재세보단 낫다" 반응도
수십만 원 받는 소상공인 "기대 못 미쳐"
"총선 앞두고 정치적인 의도" 비판도
21일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은행권 민생금융 2조 원+α 지원방안'과 관련, 금융당국은 "자율적인 참여에 감사하다"며 함지박 웃음을 띠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연이은 '옆구리 찌르기'에 떠밀려 많게는 수천억 원을 내놓는 은행권 표정은 복잡하다. 정작 캐시백을 받는 소상공인들도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다.
은행권 상생금융안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은 각자 2,000억~3,500억 원 수준을 부담하게 된다. 은행별로 이자 초과납입분 캐시백에 80%가량을 쓰고, 나머지는 취약계층 지원에 활용할 예정이다. 은행별로 전체 당기순이익의 10%가량을 투입한다.
돈을 부담하는 은행들은 표정관리에 한창이다. 일단 '이 정도로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예 법에 명문화하는 횡재세보다는 일회성인 상생금융이 낫다"며 "이번 방안으로 은행이 질타당하는 상황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어찌 됐든 정부에서 은행권 팔을 비틀어 돈을 뱉게 한 것 아니냐"며 "대놓고 불만을 말할 순 없지만, 은행권 자율이라고 포장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 '돈잔치'와 "소상공인이 '종노릇'을 한다"고 강도 높게 지적하면서 상생금융이 본격 추진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캐시백을 받는 소상공인들도 실제 상생금융안이 발표되자 실망하는 눈치다. 전체 지원 금액(2조 원)을 놓고 보면 상당한 규모지만, 지원 대상 187만 명으로 나누면 실제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건 푼돈(85만 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기 수원시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모(38)씨는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넘는 대출 원금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이미 낸 이자 중 몇십만 원 돌려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고금리 부담이 훨씬 큰 2금융권 차주들의 경우 별다른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다중채무자 상당수가 은행을 거쳐 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렸는데, 이번 상생금융은 은행권 대출에 한정해 적용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전국 자영업자 다중채무자 177만8,000명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 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4억1,800만 원의 대출이 있는데, 이자를 갚지 못해 연체한 규모는 13조2,000억 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지적이 나오자 금융위는 이날 뒤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2금융권 차주들도 이자 일부를 환급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월부터 새마을금고·단위농협·신협 등 상호금융기관, 카드·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등에서 5~7% 금리로 대출받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납부한 이자 중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금리부담 경감을 위한 예산이 3,000억 원 규모로 차주당 환급액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상생금융이 내년 3월 집행을 목적으로 하는 캐시백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소상공인들의 표를 겨냥한 매표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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