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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트윈은 현실세계 움직이는 ‘컴퓨팅 플랫폼’…시장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입력
2023.12.20 17:00
수정
2023.12.20 17:22
23면
0 0

김재승 ㈜모빌테크 대표

"자율주행차 연동 내비게이션, 도심항공교통서비스(UAM) 등 구현 위한 미래 인프라"
"서울시 'S맵' 등 메가시티 디지털트윈 도시개발, 위험관리, 관광인프라 등으로 활용"

가상현실(VRㆍvirtual reality)은 특정한 장소나 상황을 3차원(3D)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여 현실과 유사한 체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놓은 영상환경이다. 경복궁을 예로 들면, VR 이전까진 사람들은 직접 경복궁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경복궁을 촬영한 영상으로 경복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다만 경복궁 영상은 촬영자가 의도한 화면이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VR은 경복궁을 3D 그래픽으로 구현해 체험자가 원하는 코스대로 경복궁 VR 영상 속을 산책할 수 있다. 또 현실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체험도 할 수 있다. 근정전을 둘러본 후, 경회루를 둘러보고 싶으면 경복궁을 굽어보며 새처럼 날아 경회루에 내려앉은 다음, 누각에 올라 연못을 둘러보는 시각적 체험을 하는 식이다.

최근 VR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현실과 유사한 가상체험을 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처럼 구현된 VR 영상환경과 현실 세계를 연동시켜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 하거나, 현실 세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관리하는 일종의 ‘컴퓨팅 플랫폼’ 개념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집 안의 난방이나 가전기기 등을 원격조종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안에 3D로 구현된 집을 VR로 구축하고 그 속에서 각종 스위치를 작동할 수 있다면 원격조종이 훨씬 쉽고 편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규모 공장이나 나아가 도시 전체의 형상을 3D로 구현하고, 그 속에 현실에서 공장과 도시의 각종 기능을 관리하는 프로그램들을 옮겨 심으면 보다 전반적이고 효율적으로 공장과 도시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현실 세계와 연동된 VR이 바로 ‘디지털트윈’이다.

디지털트윈은 최근 정보통신(ICT) 분야에서 부상하고 있는 스마트시티나 자율주행차 연동 내비게이션, 도심항공교통서비스(UAM) 등의 구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미래 인프라다. 아직은 맛만 보여주는 수준이지만 서울시 권역 전체를 3D 영상공간으로 구현한 ‘S맵’은 디지털트윈 가능성의 시험대인 셈이다. ㈜모빌테크는 디지털트윈 구현에 있어서 현실 공간과 사물 등의 3D 데이터를 구축하는 ‘스캐닝’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처리와 3D 모델링을 통한 디지털트윈 시각화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하는 업체로 주목받는 스타트업이다. 최근 13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 업체 김재승 대표로부터 디지털트윈 산업의 현재와 비전 등을 들었다.

"디지털트윈은 단순한 가상현실(VR) 공간이 아닌 실제 세계와 기능적으로 연동하는 환경"

김재승 (주)모빌테크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트윈의 활용 용도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으로 제작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디지털트윈의 질과 내용도 빠르게 개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서영 인턴기자

김재승 (주)모빌테크 대표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트윈의 활용 용도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며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으로 제작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만큼 디지털트윈의 질과 내용도 빠르게 개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서영 인턴기자

-디지털트윈과 단순히 VR 환경을 구축한다는 건 좀 다른 것 같다. 디지털트윈의 개념은.

“디지털트윈도 넓게 보면 VR의 한 갈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흔히 얘기하는 VR은 가상현실 속에서 체험자가 콘텐츠와 상호작용 등을 통해 실제 같은 경험을 실감 나게 할 수 있지만 결국 가상 세계 안에서의 경험으로 국한된다. 반면 디지털트윈은 기본적으로 현실과 기능적으로 연계되거나 연동돼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에서 기존 VR과 다르다. 지금도 정유공장에 가보면 대부분 공정이 중앙통제실에서 원격조종시스템에 의해 진행된다. 공정 현장에서 사람이 직접 설비를 조작하는 게 아니라, 통제실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통해 작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기능적으로 볼 땐 공장의 그런 원격조종 프로그램이 디지털트윈의 원형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의 디지털트윈은 도식적인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넘어, 현실의 공간과 사물을 물리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최대한 현실과 똑같게 3D 그래픽공간으로 구현하는 걸 추구한다.”

-정유공장처럼 생산공정과의 기능적 연계나 연동을 하는 정도라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더 들여 현실과 물리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똑같은 3D 디지털트윈을 구축할 필요는 없지 않나.

“정유공장처럼 단순한 원격조종 정도라면 그렇다. 하지만 지금 디지털트윈은 정유공장보다 훨씬 더 폭넓고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례로 거의 모든 운전자가 쓰는 내비게이션만 해도 일종의 디지털트윈이다. 거기엔 도로의 방향, 길이, 교통량, GPS 위치정보 등이 들어가 운전자에게 매우 정밀하고 신속한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따라서 아직 실사 수준은 아니라도 도로환경과 흡사한 시뮬레이션 정도의 그래픽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나아가 자동차 자율주행이나 UAM에 활용할 디지털트윈이라면 단순히 2D 그래픽 수준으로는 요구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자율주행엔 당장 도로 교통신호 시스템이나 사고다발지역 등에 대한 정교한 정보가 필요하고, UAM에선 도시 건물의 높이나 폭 등 매우 정밀한 입체적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홍수에 따른 도시 범람을 예측하는 데도 실제와 정확히 일치하는 지형의 높낮이나 지하수로 등의 정보가 요구된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같은 3D 디지털트윈이 필요하게 된다. 서울시가 보완을 거쳐 지난 상반기에 다시 오픈한 서울시 권역 디지털트윈 ‘S맵’이 그런 다양한 쓰임새에 대비한 시도의 첫걸음인 셈이다.”

"디지털트윈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원천기술 90%가 외국산, 한국은 응용기술 뛰어나"

-글로벌경쟁력 차원에서 국내 디지털트윈 기술 수준은.

“실제 현실과 물리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상응한다고 할 정도의 디지털트윈은 실제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카메라와 센서, 취합된 테이터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그걸 3D로 시각화하는 솔루션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서울시 권역 디지털트윈을 구축하는 경우, 우선 지상과 드론 또는 항공 카메라 촬영, 라이다센서를 이용한 공간 및 건물 데이터 구축, 도로망 등과 관련한 3D 디지털 정보, 취합된 영상과 디지털정보를 보정하고 처리해 실제 서울시 권역을 디지털환경에서 3D로 재현하는 솔루션 등이 필수다. 이 과정에서 쓰이는 카메라, 라이다센서,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등이 대부분 외국산이다. 사실적이고 정밀한 디지털트윈을 구축하는 솔루션만 해도 언리얼이나 유니티 솔루션이 쓰이고, 최종적으로 디지털트윈을 작동시키는 데도 언리얼엔진을 쓰는 상황이다. 기본 장비와 소프트웨어 솔루션의 90% 정도가 모두 외국산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게 보면 원천기술에서 우리는 글로벌경쟁력에서 한참 뒤진 셈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VR 전반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높다. 디지털트윈만 해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이런 국내 여건이 원천기술 외에 국내에서 다양한 응용기술과 노하우를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적어도 디지털트윈 제작을 위한 스캐닝, 공간지리정보 데이터 처리, 그걸 빠르고 정밀하게 시각화하는 3D 그래픽 기술 등 응용분야에선 국내 기술력이 충분한 글로벌경쟁력을 가졌다고 본다.”

-디지털트윈 시장 전망은.

“아직 형성되고 있는 시장이라 예단은 어렵다. 다만 글로벌리서치 마케츠앤드마케츠의 2020년 분석에 따르면, 2026년까지 글로벌 디지털트윈 시장은 55조4,000억 원, 국내 시장은 1조7,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시장성장률은 글로벌이 약 57%, 한국이 71.5%로 분석됐다.”

디지털트윈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글로벌 55조4,000억 원, 국내 1조7,560억 원으로 전망된다.

디지털트윈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글로벌 55조4,000억 원, 국내 1조7,560억 원으로 전망된다.


"스캐닝부터 시각화에 이르는 전 과정 유기적 프로세싱 구축이 강점"
"제작단계별 독자적 응용기술과 노하우로 '빠르고 정밀한' 효율성 확보"

-모빌테크는 최근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시리즈B’ 투자로 130억 원을 유치하는 등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모빌테크의 어떤 기술들이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보는가.

“디지털트윈을 제작하려면 우선 공간과 사물에 대한 스캐닝을 통해 형상에 대한 디지털데이터를 취합해 구축해야 한다. 그다음 데이터를 이용해 공간과 사물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 곧 공간과 사물의 틀을 생성해내야 한다. 골조가 형성되면 각각의 골조들을 모아 실제 현실 상황에 맞게 조합하고 배치하여 전체적인 3D 그래픽공간을 구축한다. 최종적으론 그래픽 공간에 현실과 상호작용 하는 기능 등을 입힌다. 그런 전 과정을 일관 생산할 수 있는 유기적인 프로세싱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일차적 강점이다. 또 각각의 제작공정에서 글로벌 특허 수준의 독자적 응용기술과 노하우를 구축한 것도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스캐닝 작업에서 통상 라이다센서를 차량이나 드론 등에 탑재해 공간데이터 등을 수집하는데, 그때 쓰는 모바일매핑시스템(MMS)을 독자개발한 것이나, 3D 그래픽 공간 구성이나 3D 모델링 표면질감을 뜻하는 텍스처링 과정에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도입해 공정시간을 크게 줄이고 정밀도를 높인 것도 기술적 비교우위의 큰 자산이라고 자부한다. 스캐닝을 통해 취합된 공간데이터를 기존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와 매칭해 오차를 최소화하는 공정을 갖춘 것도 강점 중의 하나다.”

-확보한 공간정보 데이터를 3D 실감형 디지털트윈으로 시각화할 때 언리얼 툴(솔루션)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별히 빠르고 정밀한 시각화를 위한 별도 독자적 기술이 보강되는가.

“언리얼은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리얼타임 3D 그래픽솔루션이다. 무엇보다 대부분 소스를 공개해 사용자가 사정에 맞게 보완해 쓸 수 있도록 한 게 편리하다. 우리나라도 전략적으로는 이런 원천 솔루션과 엔진을 개발할 필요가 크지만 워낙 막대한 자금이 들어간다. 다만 언리얼 솔루션은 3D 구현에서 제한된 공간과 단품 모델링 구현을 지원하는 일종의 기본 솔루션이다. 따라서 메가시티를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한다든지 할 때는 언리얼의 원천 솔루션을 활용하되, 광역 디지털트윈 구축을 위해 독자적인 응용솔루션을 가동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독자적인 응용 솔루션을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응용기술은 스캐닝이나 데이터 융복합 등의 공정에서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적용되고 있다.”

"디지털트윈 제작 시간과 비용, 5년 전 비해 10배 이상 효율화"

-경복궁 전역을 실사 수준의 3D 디지털트윈으로 구축한다고 할 때 5년 전에 비해 현재 기술이 시간 비용 결과에 있어서 어느 정도 효율화했는가.

“5년 전이라면 당장 스캐닝 장비부터 지금 수준의 MMS가 활용되지 못했을 것이다. 지상과 항공 등 일일이 정밀촬영을 수천 컷 정도 해야 하고, 그렇게 취합된 데이터를 활용해 형상의 골조를 세우는 데도 수개월, 경복궁 내 수많은 건물과 나무·시설 등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3D 모델링하는 데 또 1~2년 정도가 걸렸을 것이다. 지금도 웬만한 영화 특수효과팀이나 게임업체에 경복궁 전역 3D 모델링 그래픽을 요청하면 최소 6개월~1년은 걸린다. 물론 센티미터 단위의 정밀성이나 상호작용 기능을 반영하는 걸 빼고도 그렇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2개월 정도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만 전통건축인 만큼 전각지붕 같은 형상은 새로 3D 소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니 그런 데서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을지 모른다. 비용은 과거의 수작업이 대거 AI나 자동 솔루션으로 대체된 만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 구축 대상이나 범위에 따라 다르지만 생산성이 적어도 10배 이상은 향상됐다고 본다.”

-공간 및 사물 스캐닝부터 후방작업에 이르기까지 디지털트윈 구축에서 ‘빠르게’ ‘정밀하게’를 실현하고 있는 핵심 기술들을 꼽는다면.

“서울 같은 메가시티 디지털트윈 제작의 경우, 무엇보다 디지털트윈의 기반인 기준맵(3D 도시형상 구축)을 효율적으로 제작하는 기술이 우선이다. 최근엔 AI 기술이 접목돼 라이다센서를 비롯해 용도에 맞는 센서를 융합 및 활용하는 기술, 광대역 3D 매핑 기술 등 자동화 솔루션이 잇달아 개발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다음으로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기술인데 텍스처링이나 빅데이터를 로딩하고 버벅거리지 않게 처리하는 AI 솔루션 등 개량이 빨라 메가시티 단위의 광대역 디지털트윈을 구현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여의도~김포 구간 도심항공서비스 테스트베드 디지털트윈으로 구축"
"교통신호나 돌발상황 변수 반영한 실사형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개발"

-최근 모빌테크의 디지털트윈 주력 분야는.

“자동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을 위해 도로 여건이나 돌발상황 등의 변수를 반영한 도로망 시뮬레이션 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다. 또 최근 미래교통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UAM 분야에서의 디지털트윈을 공급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여의도~김포 구간 UAM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상용화를 모색 중이다.”

-모빌테크가 지금까지 구축한 디지털트윈과 향후 사업계획은.

“지금까지 실감형 디지털트윈에서는 실제와 유사한 VR 공간을 제작했으나, 앞으로는 실제와 분간이 되지 않는 정도의 초실감형 디지털트윈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영화, 드라마에서 사용해도 실제 공간 같은 연출이 가능하도록 제작할 예정이다.

디지털트윈은 도심항공교통서비스(UAM), 스마트시티, 건축 및 인테리어 솔루션,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에서 다양하게 상용화하고 있다.

디지털트윈은 도심항공교통서비스(UAM), 스마트시티, 건축 및 인테리어 솔루션,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에서 다양하게 상용화하고 있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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