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위주에서 규제·지원 병행으로
지자체 악취관리 방식 바꾸니 변화
39개 농장이 냄새저감형 축사 변모
최근 5년간 전국 기초지자체로 제기된 악취 민원의 약 30%는 축산농가가 원인이다(☞관련 기사 '악취소송 얼룩진 소설 '토지' 배경 마을…전국 매일 60여건씩 냄새민원'). 지자체들이 환경직 공무원을 두고 관리하지만, 대부분 단속 위주 행정에 그쳐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등록된 축사만 약 1,200개로 악취 발생 가능성이 상존하는 충남 당진시도 2010년대 중반까지는 단속 위주로 냄새를 관리했다. 그러다 2018년부터 방향을 바꿨다. 지자체 최초로 규제와 지원을 병행하는 악취관리 제도를 만들고, 이를 조례로 명문화한 것이다. 5년이 지나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악취 고통을 호소하던 주민 4명 중 3명이 "악취가 줄었다"고 할 정도가 됐다.
냄새나는 축사는 대개 시설이 낡았다. 시설 현대화가 곧 문제 해결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시는 이를 염두에 두고 '가축분뇨 배출시설 및 처리시설 설치기준'을 만들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축산농가가 악취저감시설을 설치할 때는 의무적으로 최신 공법을 적용해 축사를 현대화해야 한다.
처음엔 농가들이 축사 현대화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보통 축사는 건물이 여러 개라 현대화 공사가 건물별로 단계적으로 진행되는데, 그러는 동안 농가는 축사 전체를 운영하지 못해 수입이 끊겼기 때문이다. 시는 공사 중이 아닌 건물은 부분 운영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었다. 또 축사를 현대화한 농가는 축사 면적의 30%를 증축할 수 있게 조례를 개정했다. 냄새를 줄이면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 총 39개 축산농장이 냄새저감형 축사로 탈바꿈했다. 이 중 26개의 양돈농장은 축사 건물을 밀폐형으로 바꿔 악취가 공기를 타고 퍼지는 것을 막았다. 축사 내부에는 별도의 탈취 시설을 곳곳에 달았다. 또 돼지 분뇨는 배설 직후 축사 하부의 관을 통해 액화비료 순환 시스템으로 옮겨지도록 설계했다. 이 시스템은 미생물이 분뇨를 희석시키고 악취물질을 분해해 냄새 없는 액화비료로 바꿔놓는다. 양계농장 6곳도 시 기준에 따라 축사를 밀폐형으로 만들고, 탈취 기능을 갖춘 미생물 제제가 내부에 분 단위로 살포되게 했다. 한우·젖소농가 7곳 역시 분뇨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시공법으로 축사를 지었다.
축사 현대화가 진행된 지역의 주민 5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5%는 '냄새가 줄었다'고 답했다. 기준 제정을 주도한 김준룡(54) 당진시 기후환경과 생활환경지도팀장은 "당진 사례가 타 지역 실무자들에게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엔 전국 관련 공무원들이 당진 축산농가의 악취저감시설을 견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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