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검, 아베파 등 압수수색
자민당 내 '법 개정' 움직임 미약
일본 집권 자민당 최대 계파인 '아베파'의 비자금 의혹 수사를 계기로 일본 정치권에서 정치자금규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또 나오고 있다. 이 법은 일본에서 정치자금 관련 스캔들이 발생할 때마다 개정됐지만 아직도 허점이 많아 ‘소쿠리법’이라 불린다. 하지만 “정치개혁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정작 법 개정엔 소극적이다.
검찰, 아베·니카이파 사무실 압수수색
19일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도쿄지검 특수부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아베파와 니카이파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두 계파는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의원들이 할당량 이상으로 ‘파티권’을 팔아 모금하면 초과분을 정치자금 수지보고서에 기록하지 않고 돌려줘 비자금처럼 쓰도록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계파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나 두 계파는 지난 2018~2022년 5년간 보고서에 누락한 규모가 각각 5억 엔(약 46억 원)과 1억 엔(약 9억800만 원)에 달해 특수부의 집중 수사 대상이 됐다.
아베파와 니카이파는 “정치의 신뢰를 손상시켜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세우자는 움직임은 더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민당 내에서도 법을 개정하거나 계파를 아예 없애자는 등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오고 있지만 “현행 법을 잘 준수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신중론이 더 뿌리 깊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 역시 전날 법 개정 관련 질문을 받고 “선택지로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정치자금법 여러 차례 개정에도 구멍투성이
1948년 제정된 일본의 정치자금법은 1988년 리크루트 사태와 1992년 사가와규빈 사건 등 굵직한 정치자금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개정돼 왔다. 의원 개인이 기업이나 이익단체로부터 헌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개정해도 허점이 많았고, 구멍이 숭숭 뚫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1995년엔 정치인 개인에 대한 기부를 자금관리단체 1곳으로 제한했고 2000년 개정 때는 이 단체가 기업이나 단체 헌금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정치인이 대표로 있는 정당 지부나 계파는 기업이나 단체의 헌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엔 계파 행사를 통해 기업이나 단체로부터 모금한 금액을 기록도 하지 않고 의원 개인에게 넘겨주다가 발각됐지만 수지보고서에 기록만 한다면 법 위반도 아니다. 게다가 계파 행사에서 모금을 위해 판매하는 파티권은 한 장당 20만 엔(약 181만 원)인데, 20만 엔 이하 파티권은 누가 샀는지 기록할 의무도 없다. 20만 엔 이하 파티권을 여러 장 구매하는 방식의 쪼개기 헌금도 가능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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