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원리 적용한 메타물질
수평으로 힘 주면 수직으로 줄어
"양자컴퓨팅에 활용할 기초소재"
금속(A 왼쪽)을 연결점(노드) 삼아 유기물질 리간드(A 오른쪽)를 연결시켜 만들어진 2차원 금속-유기 골격체(B 왼쪽). 특정 조건에서는 마치 종이접기를 하듯 일정한 패턴으로 접힐 수 있다(B 가운데, 오른쪽).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종이접기를 하듯 유연하게 형태를 바꿀 수 있는 메타 고체 물질을 만들어냈다. 메타 물질은 인공적으로 합성돼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기존에 없던 물리적 특성을 갖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19일 최원영, 민승규 화학과 교수진이 종이접기(오리가미) 패턴을 기반으로 금속과 유기물질로 구성된 2차원 골격체(프레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지난 1일 게재됐다.
일본 전통 공예 기술인 오리가미는 종이를 접고 펼치며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놀이로 여겨지지만, 이를 넘어 공학·건축·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리가미 패턴에 따라 접고 펼칠 수 있다면, 물질의 구성 성분이 무엇이든 같은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어서다. 다만,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기초 소재 수준에서 오리가미 원리를 적용할 수 있는 물질 개발은 난제였다.
고체 메타물질을 만들어낸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 윗줄 왼쪽 원 안부터 전은지, 이정혜 연구원, 강은영 초빙교수, 남주한, 조현수 연구원. 아랫줄은 왼쪽부터 최원영, 민승규 교수, 이인성 연구원. UNIST 제공
연구진은 생체분자 같은 단백질에 결합하는 유기물질(리간드)을 금속으로 연결시켜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는 금속-유기 골격체를 만들어냈다. 같은 유기물질이 금속을 연결점(노드) 삼아 이어져 있는 구조다. 이 금속-유기 골격체는 고체지만, 구성 성분의 특성에 따라 유연해질 수 있다. 온도 변화에 반응하며 마치 종이접기를 할 때처럼 접히기도 한다. 또 수평으로 힘을 주면 수직으로 줄어드는, 메타 물질다운 특성도 발견됐다. 대부분의 물체는 수평으로 힘을 주면 수직으로 늘어난다.
금속-유기 골격체의 내부 구조 때문에 이 같은 고유한 유연성이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최원영 교수는 "기초 소재 수준에서도 접을 수 있는 물질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기계적 메타 물질 분야의 지평을 넓혔다는 의미를 지닌다"면서 "앞으로 양자 컴퓨팅의 발전과 같은 특정 응용 분야에 더욱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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