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기 주범에 징역 5년 실형 선고
기관장 1억, 임원 5000만원 가격 제시
스스로를 윤석열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사칭하며 "공공기관의 임원으로 채용해 주겠다"는 구실로 억대의 금품을 뜯어낸 일당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공공기관 취업 희망자들을 대통령 취임식에 불러 귀빈(VIP)석에 앉히는 방법으로 신뢰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사기 및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공범 B씨에게는 징역 2년, 범행 일부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C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공기업 임원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12명으로부터 총 2억 7,5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일당은 A씨의 영향력을 소개하면서 그가 공공기관장이나 임원을 추천할 수 있는 대통령의 비선실세라고 속였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마사회 등을 취업 가능 회사로 언급하며 사장은 1억원, 임원은 5,000만 원이 든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사기 행각 와중에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거짓으로 면접을 실시한 뒤, 채용 절차 진행 과정을 안내하기도 했다. 또 윤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해 피해자를 VIP석에 앉도록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식 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산하 취임준비위원회가 초청 대상자 4만 1,000여 명을 선별했고, 행정안전부가 이들에게 초청장을 발송했다. 행안부가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각계 대표 인사 △외빈 등 기관 초청자(5,000여 명) △정당 및 주요인사(1만 7,000여 명) △일반국민(1만 9,000여 명) 등이 취임식 초대를 받았다.
이들이 이렇게 분위기를 조성하자 실제 80여 명이 이력서 등 서류를 제출했고, 그 중 12명이 일당에게 취업경비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이들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캠프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지지단체에서 활동했을 뿐, 공공기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능력은 애초에 없었다.
재판부는 "국민 전체 이익을 위해 운영돼야 할 공공기관의 채용절차에 대한 구성원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면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제도의 공정성까지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통령 비선실세를 통해 손쉽게 공공기관 임직원으로 채용되고자 한 피해자들의 욕심도 이 사건 발생 및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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