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개혁 전문가 중간평가: ②노동개혁]
'노동시장 이동성 강화' '비정규직 보호' 처방은 다양
"노동개혁은 지난한 과제" 개혁동력 확보 노력 주문
노동개혁은 '미션 임파서블'(해결 불가능한 과제)에 비견된다. 노사 간 입장 차가 크고 민생과도 직결된 주제인 만큼 의견 합일이 어려워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평가한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혁파' 등 큰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조급함을 버리고 개혁 지지 기반을 충분히 다지며 차근차근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노동계와 대화 없는 일방적 추진이 도리어 '먼 길'로 돌아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개혁 부문 중 모든 전문가가 공통되게 꼽은 최우선 과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였다. 경제 활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의 격차 완화가 시급하다는 것. 다만 해법을 두고는 안정적인 내부(1차) 노동시장과 불안한 2차 노동시장 간 칸막이를 걷고 유연성·이동성을 늘리자는 '보수적 처방'과 비정규직, 주변부 노동자에 대한 보호·지원을 강화하자는 '진보적 처방'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정승국 고려대 노동대학원 객원교수는 '이중구조 유지로 이익을 얻는 대기업·공무원 노조의 반대'를 개혁의 걸림돌로 짚었다. 대기업 정규직이 누리는 연공형 임금체계(호봉제)가 임금 격차의 주요 원인이라는 정부 인식과도 통하는 지적이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무·성과급제 도입보다도 원·하청 교섭을 통해 과도한 임금 격차를 노동자 스스로 조정하도록 틀을 만드는 일을 정부가 해야 한다"고 밝혔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은 여러 전문가가 주문했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특고, 프리랜서,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새로운 형태의 근로자를 보호해야 분쟁도 줄고 사회적 공정도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이병훈 중앙대 명예교수도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 등 노동 약자 보호가 곧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노동개혁은 지난한 과제라 노동계와의 대화, 국민적 공감대 확장 등 개혁 동력을 만드는 밑작업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 역시 공통적이었다. 이원덕 노사공포럼 상임대표(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는 "사회적 대화가 복원됐다고 해서 곧바로 현안을 밀어붙이면 다시 파열음이 날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화 등 대격변기의 새로운 경제·사회·노동 패러다임에 대한 합의부터 도출하는 방법도 있다"고 정부에 제언했다. 이후 구체적 개혁 방안은 노사가 직접 협상하기보다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전문가 집단을 노사가 구성해 논의하게 하자는 게 이 대표의 구상이다.
이병훈 교수는 "친기업적 입장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노사 간 균형 잡힌 시각 속에서 대화와 소통을 포함하는 노동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온건 노조를 개혁에 참여시켜 노동개혁 연합을 확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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