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역사 무승에서 최재호 감독 부임 후 3차례 우승
최 감독 "고교선수 갖춰야할 최고 기술은 '학생다움'"
최고 수준의 야구장, 실내 연습장, 신규 숙소 준공
야구 신흥 명문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신흥 야구 명문’ 강릉고등학교의 야구부 역사는 2016년 6월 최재호(62) 감독 부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강원 강릉시에 위치한 강릉고는 1975년 창단 이래 2016년까지 42년간 고교 야구계의 변방 취급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4대 메이저대회(봉황대기, 청룡기,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등 주요 대회 우승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청룡기에서 결승전 1회 진출(준우승)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 감독 부임 이후 강릉고의 전설은 시작됐다. 강릉고는 최 감독과 올해까지 7년여의 시간 동안 4대 메이저 대회는 물론 전국체전과 신세계 이마트배 등 주요 고교야구 대회에서 우승을 다퉜다.
특히 강릉고는 2019년 청룡기와 봉황대기 준우승을 일궈낸 뒤 2020년 대통령배 우승과 2021년 황금사자기 우승을 차지하며 명성을 떨쳤다. 야구 불모지와도 같았던 강원지역 고교에서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은 강릉고가 처음이다. 강릉고는 2021년에는 전국체전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강릉고의 위상은 전국대회 조 추첨부터 달라졌다. 한때 1회전에서 강릉고를 만나면 환호성을 질렀던 상대팀들이 이제는 “곡 소리가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강호’ 대접을 받고 있다.
강릉고를 ‘야구 명문’으로 성장시킨 최 감독의 첫 번째 지도 철학은 ‘실력 위주 기용’이다. 최 감독은 “그라운드는 땀을 많이 흘린 선수, 준비된 선수, 실력 있는 선수만이 설 수 있는 영광스러운 곳”이라며 “강릉고가 다른 팀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는 것은 절대 볼 수 없다. 내가 강릉에 온 이유는 오직 1등을 하기 위해서다”고 단호히 말했다.
최 감독은 “시대가 바뀌어 지도자가 선수 눈치를 보는 세상이 되었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경기에서 패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프로 진출이 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지도자가 왜 필요한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몇 년을 공들여 장학금까지 주고 데려온 핵심 선수라도 팀을 떠나겠다고 하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보낸다”면서 “선택도 결정도 선수의 몫이다. 팀보다 우선인 선수는 결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감독은 개개인의 기량보다 ‘학생다움’을 우선시한다. 최 감독은 “배움의 과정에 있는 고교 야구선수가 야구를 잘하면 얼마나 잘할 것이며, 못 하면 또 얼마나 못하겠는가”라며 “학생 야구는 학생 야구다워야 한다. 부단한 노력,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에게 주눅 들지 않는 패기,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 스승과 선·후배에 대한 예의범절, 그 다음이 기량”이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강릉고 감독을 포함해 41년간의 지도자 생활 동안 선수들의 해외 동계훈련을 금지시켜왔다. 그는 “유복한 가정의 선수들은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가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동계 훈련은 체력 부담이 큰 혹서기 7·8월을 대비하는 목적이 큰 만큼 그 목적에 맞는 강도 높은 훈련을 선수들에게 시키고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실 강릉고는 해외로 나가지 않아도 동계 훈련이 가능할 만큼 고교 최고 수준의 실내 훈련시설을 갖추고 있다. 야간 경기가 가능한 정규 규격의 야구장과 550평 규모의 대형 실내 연습장, 야구부 전용 체력 단련장 등은 다른 팀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다. 또, 신축 기숙사의 2층은 야구부 전용으로 2인 1실의 방과 야외휴게실, 대형 미팅룸 등을 갖춰 야구 신흥 명문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김길수 강원도 야구협회장은 “강릉고는 강릉을 넘어 강원도 전체의 자랑”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올해 신세계 이마트배 결승전 당일 강릉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많은 시민이 어려움에 처해 낙담한 상황이었다”면서 “당시 강릉고 역시 3학년 에이스 조대현이 투구 제한으로 등판 불가 상황임에도 저학년을 중심으로 보여준 투지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에 많은 강릉 시민들이 큰 힘을 얻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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