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때부터 블로그에 도시·교통 기록
블로그 활동으로 한국교통대학 입학
국토교통부·교통연구원 자문위원 활동
"청년의 시각으로 일상을 기록하다 보니 시야가 넓어졌고,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강산(23· 한국교통대 행정학과 4학년)씨는 자타가 인정하는 젊은 교통전문가다. 대학에 다니면서 국토교통부 청년정책위원단 광역교통분과장·한국교통연구원 국토교통빅데이터 자문위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자문역·세종시도시교통공사 대중교통 자문위원 등 여러 정부 부처, 연구기관, 지자체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가 교통전문가가 된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블로그 '청년의 세종을 기록하다'를 만들면서다. 도시 건설이 한창인 세종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느낀 불편사항을 블로그에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꼼꼼히 기록했다. 이제 그의 블로그는 누적 방문객 87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씨의 블로그가 입소문이 나다 보니 블로그 글을 본 한 교통 관련 기관(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자문 요청이 들어왔다. "첫 자문 활동은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블로그 이메일을 통해 요청이 들어온 것인데, 자료를 만들어 제본을 해서 가져갔더니 담당 공무원이 제가 너무나 어린 데다가, 자료는 꼼꼼해 깜짝 놀라더라고요."
도시문제, 교통문제를 수십 년간 연구한 박사들로 가득 찬 자문회의에서 그의 존재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문 요청한 기관을 방문해 첫 회의에 참석하면 모두들 저에 대해 궁금해한다"며 "어떤 회의에서는 아버지뻘 되는 분들 앞에서 발표를 하려니까 긴장도 됐지만, 블로그에 기록한 내용을 설명하니까 회의가 끝나고 나서는 모두들 '김 박사'라고 부르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역사연구가를 꿈꿨던 김씨가 교통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김현희 씨) 덕분이다. 그는 "어머니가 장난감으로 버스나 기차를 사주셨고, 하루 종일 기차와 버스하고 놀았다"고 그 시기를 돌아봤다. 교통불편, 문제를 해결한 사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9년 고등학교 3학년 재학 당시 세종시 간선 991번 버스 노선의 배차간격을 단축시킨 일이다. 평소 그가 이용하는 버스는 한번 놓치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김씨는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블로그에 기록한 세종 시내 정류장별로 수집한 승차량 데이터를 시에 제시해 배차간격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단축시켰다.
'알뜰교통카드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시행되고 있는 청년마일리지 혜택은 김씨가 국토부 자문위원을 할 때 제안해 만든 제도다. 청년이 이 카드를 이용하면 1회 이용 시 50원이 적립된다. 김씨도 매달 2만~3만 원 정도 청년마일리지의 혜택을 보고 있다.
김씨는 요즘 방학 중에도 세종시의 버스 노선의 승차량 순위를 통계로 작성하고 있다. 노선별 승차량을 집계하고, 경유지에 따른 주요 이용객 수를 조사·분석해 개선 방안을 도출하려는 연구의 일환이다. 어찌 보면 세종시에서 나서야 할 일을 김씨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제안은 현장성이 있다. "내가 불편한 것이면 시민들도 불편한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김씨는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개선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김씨 자신이 하루 이동하는 거리와 시간 등을 구글 타임라인 지도에 기록한다. 지난해 10월 어느 날 타임라인에 기록된 김씨의 대중교통 이용 시간은 약 45시간, 이동 거리는 2,180㎞이었다. 교통과 관련된 사진과 영상은 스마트폰 갤러리에 '정책'이라는 폴더에 4,000여 장 저장해놨다. 일하며 발로 뛰어 얻은 정보를 분석해 김씨는 블로그에 기록한다.
바야흐로 교통전문가의 길에 들어선 김씨는 졸업 후 6월 대학원에 진학해 도시·교통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다. 그는 "시민들의 '이동권'이 보장되는, 편리하고 안전한 교통생활 실현을 위해 일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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