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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이 오운, 원래 에포닌 아닌 판틴 노래"… '레미제라블' 오리지널 작가가 밝힌 탄생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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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마이 오운, 원래 에포닌 아닌 판틴 노래"… '레미제라블' 오리지널 작가가 밝힌 탄생 비화

입력
2023.12.18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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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알랭 부블리 인터뷰
'레미제라블' 1980년 프랑스 초연 극작·작사
서울 공연 세 번째 시즌 개막 맞춰 첫 방한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1980년 프랑스 초연의 극작가이자 작사가인 알랭 부블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1980년 프랑스 초연의 극작가이자 작사가인 알랭 부블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1980년 파리에서 3개월간 10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3년 후 영국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의 전화를 받았죠. '당신 공연의 음반을 들었다. 당신이 어떤 (위대한) 작품을 만들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거야말로 내 인생의 공연'이라고 하더군요."

프랑스 극작가 겸 작사가 알랭 부블리(82)는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와 함께 만든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세계적 명작으로 도약하게 된 결정적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15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만난 부블리는 "그때까지 매킨토시가 누구인지, 그가 성공시킨 '캣츠'가 어떤 작품인지도 몰랐다"며 "'레미제라블' 때문에 이렇게 한국에 오는 것은커녕 런던 공연도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부블리와 숀버그, 매킨토시와 연출가 트레버 넌, 영어 번역 가사를 맡은 하버트 크레츠머가 함께 작업한 게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열린 1985년 영국 초연이다. 이후 '레미제라블'은 53개국 22개 언어로 공연됐고 1억3,000만 명이 관람했다.

부블리는 숀버그와 협업한 '레미제라블'과 '미스사이공'의 극작가 겸 작사가이자 아바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아바카다브라', 연극 '아담과 이브의 일기' 등의 극작가다. 토니상과 그래미상을 각각 2회씩 받았다. 2013년 초연한 한국어판 '레미제라블' 세 번째 시즌 서울 공연 개막에 맞춰 처음 한국을 찾은 부블리에게 파리와 런던 초연의 차이 등 공연 탄생 비화를 들어봤다.

에포닌의 짝사랑 고백이 된 '온 마이 오운'

뮤지컬 '레미제라블' 에포닌 역의 김수하.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뮤지컬 '레미제라블' 에포닌 역의 김수하.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미리엘 주교의 용서와 장발장의 회심을 그린 15분의 프롤로그는 영국 공연에서 추가됐다. "뮤지컬의 원작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을 가슴으로 이해하는 프랑스인 관객만이 아닌 전 세계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 파리 공연은 탈옥수 신분을 숨긴 채 공장 사장과 도시 시장직을 수행하는 장발장의 일상이 첫 장면이었다.

수록곡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이 드림드 어 드림'과 더불어 판틴이 부르는 1막 대표 넘버였던 '온 마이 오운'은 에포닌이 부르는 2막 넘버로 바뀌었다. 장발장과 자베르의 대표 넘버 '브링 힘 홈'과 '스타스'는 영국 공연에서 추가됐다. 부블리는 "자베르는 결코 빌런(악당)이 아니다"라며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이 잘못 잡힌 사람임을 표현하기 위해 '스타스'를 새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의 시작은 부랑아 가브로슈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배우들이 '원 데이 모어'를 열창하고 있다. 뒷줄 목말을 탄 소년이 알랭 부블리에게 뮤지컬의 영감을 준 부랑아 가브로슈 캐릭터다.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배우들이 '원 데이 모어'를 열창하고 있다. 뒷줄 목말을 탄 소년이 알랭 부블리에게 뮤지컬의 영감을 준 부랑아 가브로슈 캐릭터다.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부블리는 숀버그와 함께한 첫 뮤지컬 '라 레볼루션 프랑세즈'(1973)를 마무리하고 다음 작품을 구상하던 중 1978년 영국에서 뮤지컬 '올리버'를 관람했다. 그는 "'올리버'를 보자마자 '레미제라블'의 가브로슈를 떠올렸다"며 "왼쪽 뇌로는 공연을 보면서 오른쪽 뇌로는 레미제라블을 무대화하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했다"고 말했다. 소년 가브로슈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혁명에 투신해 총격으로 목숨을 잃으며 관객의 마음에 먹먹함을 남긴다. 판틴의 딸 코제트를 맡아 키운 여관 주인 떼나르디에 부부의 아들이자 에포닌의 남동생이라는 원작의 설정은 뮤지컬에서 빠졌다. 부블리는 "소설의 캐릭터를 뮤지컬에서 빼지는 않았지만 스토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설명은 생략했다"고 했다.

첫 완성곡은 '아이 드림드 어 드림'

뮤지컬 '레미제라블' 판틴 역의 조정은.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뮤지컬 '레미제라블' 판틴 역의 조정은.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부블리는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판틴의 삶을 그린 장(章)인 '나는 다른 삶을 꿈꿨다'를 손에 쥐자마자 노래를 써야겠다는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판틴이 처절한 현실과 여성으로서 꿈꿨던 것들과의 괴리감을 노래한 명곡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이다. 프랑스어 버전에서 '나는 다른 삶을 꿈꿨다'는 제목으로 쓴 3분 길이 노래엔 50쪽 분량의 판틴의 인생 스토리가 담겼다. 부블리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전체 여정의 시작인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을 마음속 감성적 기념품처럼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킨토시도 이 곡을 포함한 프랑스 공연 음반 첫 세 곡을 듣고 번개를 맞은 듯 이 공연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1980년 프랑스 초연의 극작가이자 작사가인 알랭 부블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1980년 프랑스 초연의 극작가이자 작사가인 알랭 부블리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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