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손 꼭 잡고 네덜란드서 돌아온 이재용 "출장 성과 90%가 반도체"

ASML과 국내에 공동 R&D 센터 짓기로 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급망서 굉장히 튼튼한 우군 확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동행을 마치고 15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비즈니스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동행을 마치고 15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 출장 성과를 두고 "반도체가 거의 90%"였다며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순방 중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 을'로 불리는 장비 업체 ASML과 공동으로 국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기로 하는 등 굳건한 동맹 관계를 확인했다.

"'슈퍼 을' 차세대 장비 우선권 갖게 됐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회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암스테르담=뉴시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김포공항 비즈니스센터를 통해 귀국했다. 삼성전자와 ASML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진행된 한-네덜란드 반도체 협력 협약식에서 업무협약(MOU)을 맺고 7억 유로(약 1조 원)를 투자해 차세대 노광장비 개발을 위한 극자외선(EUV) 공동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ASML은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수인 노광장비를 독점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TSMC, 인텔, SK하이닉스 등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줄을 서가며 더 많은 규모의 ASML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ASML이 해외에서 외부 기업과 R&D 시설을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이 회장과 함께 귀국한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이제 삼성이 (ASML의) '하이 뉴메리컬어퍼처(High NA) EUV'에 대한 기술적 우선권을 갖게 됐다"며 "장기적으로 D램이나 로직에서 하이 NA EUV를 잘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비는 현재 개발 중인 2나노 미만의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 장비로 기존 EUV 대비 두 배가량 비싼 5,0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적으로 생산되는 하이 NA EUV를 두고 인텔, 삼성전자, TSMC가 뜨거운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글로벌 전략회의 듣고 내년 사업 구상 돌입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경 사장은 "이번 협약은 경기 동탄시에 공동 연구소를 짓고 거기서 하이 NA EUV를 들여와서 ASML 엔지니어와 삼성의 엔지니어들이 같이 기술 개발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장비를 빨리 들여온다는 관점보다는 공동 연구를 통해 삼성이 하이 NA EUV를 더 잘 쓸 수 있는 협력 관계를 맺어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EUV가 가장 중요한 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전체적인 반도체 공급망 입장에서 굉장히 튼튼한 우군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14일 전사와 MX(모바일경험) 사업부부터 글로벌 전략회의를 시작했다. 삼성전자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 부문별·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회의에서는 미중 갈등과 경기 침체 등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복합 위기 타개책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 19일 DS부문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추후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고 사업부문별 내년 핵심 사업 전략 구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