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영상 SNS서 유명해진 사데
이란 경찰 "춤 엄금"하며 계정 폐쇄
시민들 "정부의 과도한 처사" 비난
노인 계정 복구되며 인기 더 치솟아
강경 이슬람 국가 이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70세 택시기사가 화제다. 그가 시장에서 유쾌하게 몸을 흔드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이란 당국이 한때 계정을 폐쇄했다가 복구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란 북서부 해안도시 라슈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사데 바나 모타자데드(70)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장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해당 영상을 보면 베이지색 바지에 보라색 셔츠, 크림색 재킷을 걸친 백발의 사데는 시장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환호를 받으며 신나게 춤을 춘다. 두 팔을 활짝 펼치고 화살을 쏘는 시늉을 하거나 발을 동동 구르며 박수를 유도한다. 사데는 흥겨운 리듬에 맞춰 "난 라슈트 출신" "난 너무 멋져" 등을 외친다. 주변 사람들도 즐거운 듯 호응했다.
해당 영상이 SNS에서 빠르게 확산하면서 평범한 택시기사였던 사데는 단숨에 이란의 유명 인사가 됐다. 차로 4시간 거리인 수도 테헤란에서 사데를 보러 찾아오는 팬도 생겼다. 온라인에서도 '사데 삼촌'이라 불리며 슈퍼스타가 됐다. 해당 영상에는 "사데의 춤과 노래에 덩달아 행복해진다" "보기만 해도 즐겁다" 등 호평 댓글이 이어졌다.
사데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이란 당국은 7일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갑자기 차단했다. FT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부패와 성매매를 조장하고 국가 안보에 반하는 선전 행위를 한 혐의로 해당 계정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영상에서 함께 춤추고 노래한 시민 12명을 체포해 조사했다. 이란은 종교법에 따라 공개석상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이란 경찰은 "규범을 깨고 사람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영상을 녹화하고 게시하는 것은 공공예절에 대한 모욕"이라며 영상 유포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팔로어 수가 12만8,000명가량이었던 사데 계정의 게시물은 모두 삭제됐다.
당국의 제재에 사데는 오히려 '불복종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SNS에서는 "정치적 슬로건을 외친 것도 아닌데 과하다" "이슬람 공화국이 행복과 희망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냐"며 당국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사데의 춤과 노래를 따라해 자신의 SNS에 올리는 방식으로 항의 표시를 드러내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론에 밀려 당국은 최근 사데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다시 복구했다.
FT는 이란 당국이 사데 돌풍으로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경계했다고 분석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당시 22세) 사건 이후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한 현지 기자는 FT에 "사데의 공연은 사회운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사데의 의도는 그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영 일간 파르히크테간도 "어떻게 수산시장 상인들의 춤과 노래를 (반정부) 저항 행위로 만들 수 있었을까"라고 지적했다. 당국의 제재 번복에 사데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어 수는 82만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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