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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쓰고 손쉽게 버린 일회용품 정책

입력
2023.12.16 17: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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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규제 완화 한 달… 돌아온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컵줍깅(컵 줍기+조깅) 등으로 거리에서 수거된 종이컵과 컵홀더, 플라스틱 빨대, 컵뚜껑 등 일회용품을 허공에 흩뿌리고 이들이 뒤엉켜 추락하는 장면을 2,000분의 1초로 촬영해 순간을 '박제'했다.

컵줍깅(컵 줍기+조깅) 등으로 거리에서 수거된 종이컵과 컵홀더, 플라스틱 빨대, 컵뚜껑 등 일회용품을 허공에 흩뿌리고 이들이 뒤엉켜 추락하는 장면을 2,000분의 1초로 촬영해 순간을 '박제'했다.

추락하는 일회용품 정책은 날개가 있을까?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뒤집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제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마음껏 가져가세요. 매장 안에서도 머그잔, 텀블러 대신 일회용 종이컵 자유롭게 쓰세요. 일회용 비닐봉투는 앞으로 쭉 단속이 없겠으니 알아서들 판매하세요.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는 지자체 자율에 맡깁니다. 앞으로 수고스레 일회용 컵 돌려주고 돌려받을 필요 없습니다." 그간 미뤄지고, 번복되고, 축소되고, 철회된 일회용품 규제 정책이 시민과 기업들에 보내는 메시지다.


지난 11월 7일 환경부는 종이컵 사용 규제를 철회하고, 플라스틱 빨대 사용과 비닐봉투 판매 금지는 단속을 무기한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소상공인과 시민들의 불편 해소를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면서 일회용품 관리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한다’며 덧붙여 설명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미래세대를 위해 일상 속 작은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다져진 시점에서 나온 정책 변화이기에 논란이 더욱 크게 일었다.

정부가 종이컵 사용 규제 정책 완화를 발표한 지난 11월 7일 서울 시내 한 식당 테이블에 종이컵이 높이 쌓아올려져 있다. 뉴스1

정부가 종이컵 사용 규제 정책 완화를 발표한 지난 11월 7일 서울 시내 한 식당 테이블에 종이컵이 높이 쌓아올려져 있다. 뉴스1

본래 지난해 6월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제도 시행을 3주 앞두고 돌연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2022년 12월 1일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그러고선 6개월 뒤 시행 규모를 전국에서 제주 및 세종으로 축소했다. 지난 8월에는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방자치단체 자율에 맡기는 내용을 담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이를 두고 ‘제도 폐기 수순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참여율이 95%(2023년 10월 기준)를 넘겼던 제주는 시민사회와 의회 차원에서 중앙정부에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탈플라스틱 사회 실현을 위한 중요한 정책"이라며 제도의 전국 시행을 촉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판매자가 용기 및 일회용 컵의 재활용 촉진을 위해 정부에서 정한 보증금을 제품 가격에 반영, 소비자가 일회용 컵을 반납할 때 보증금을 환불하는 제도다. 카페 등에서 음료를 받을 때 보증금 300원을 지불하고 일회용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수도권의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컨테이어 벨트 위로 흐르는 폐기물 가운데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작업자들이 컨테이어 벨트 위로 흐르는 폐기물 가운데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연간 국내 종이컵 사용량이 248억 개에 이른다”면서 “손쉽게 쓰고 손쉽게 버린 대가는 결국 더 큰 환경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허 팀장은 “당연하게도 환경부가 대변해야 할 대상은 산업계가 아니라 환경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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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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