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인내와 절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인내와 절제

입력
2023.12.15 04:30
23면
0 0

흑 신진서 9단 백 박정환 9단
패자조 결승
<3>

3보

3보


5도

5도


6도

6도


바둑의 큰 매력 중 하나는 인내와 절제다. 빠르게 변하며 직접적인 결론을 요구하는 요즘 시대와 어울리진 않으나,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바둑에 인내와 절제가 필요한 이유는 호흡이 굉장히 긴 게임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목표에 접근하고 결정하며,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논리의 연속성이 필수적이다. 절제력이 필요한 이유 역시 비슷하다. 상대방의 움직임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려는 유혹이 있기 마련인데, 고수가 될수록 이것을 절제한 채 자신의 연속성에 부합한지 따져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무언가에 휩쓸리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얻게 된다. 즉각적인 반응과 빠른 결정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이것을 알고 고르는 것과 모른 채 휩쓸리는 것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백의 세력 확장을 지켜보던 신진서 9단은 마침내 흑1로 칼을 빼어든다. 평온하게 둔다면 5도 흑1, 3을 선수 교환한 후 흑5에 벌릴 자리. 흑7까지 쌍방 경계선을 긋는 수순이 이어지게 된다. 실전 백2, 4는 박정환 9단 입장에서 당연한 반발. 결국 흑7까지 우변에서 패가 발생하며 판 전체가 요동친다. 백8은 미리 팻감을 저장해놓는 수. 수순은 다소 복잡하지만 흑21까지의 실전 진행이 쌍방 최선의 절충이다. 이때 놓인 백28의 응수타진이 결정적인 백의 악수 교환. 평상시에 이런 교환은 상대방 돌을 무겁게 만드는 효과가 있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흑 대마에 탄력을 주고 말았다. 6도 백1로 우하귀에 붙여가며 두터움을 쌓는 편이 흑의 입장에선 훨씬 불편했다. 흑14로 우하귀를 지키려다간 백15, 17의 수순을 통해 우변 흑 전체가 크게 위험해진다.

정두호 프로 4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