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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얽히고설키는 안보 협정

입력
2023.12.15 04:30
수정
2023.12.15 12: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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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오세아니아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운데 오른쪽)와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가운데 왼쪽)가 7일 호주 캔버라의 의회에서 안보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관계 강화에 나선 호주는 약 1년 간의 협상 끝에 파푸아뉴기니와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EPA 연합뉴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운데 오른쪽)와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가운데 왼쪽)가 7일 호주 캔버라의 의회에서 안보 협정에 서명하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해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관계 강화에 나선 호주는 약 1년 간의 협상 끝에 파푸아뉴기니와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EPA 연합뉴스

지난 7일 파푸아뉴기니와 호주가 안보 협정을 체결하였다. 호주가 파푸아뉴기니 경찰, 군대, 사법부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처럼 남태평양에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호주, 중국, 미국이 남태평양 도서국(이하, 태도국)과 경쟁적으로 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14개 태도국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이다. 파푸아뉴기니가 인구 1,000만여 명으로 최대 인구 국가이고, 피지가 90만여 명으로 2위, 솔로몬제도가 74만여 명으로 3위, 바누아투가 30여만 명으로 4위이다. 전통적으로 호주와 뉴질랜드가 남태평양에서 지도적 역량을 발휘해 왔다. 역외 국가로는 일본이 호주와 아시아개발은행에 이어 남태평양 지역에서 역대 3번째 '해외 개발원조(ODA)' 공여국이다.

그런데 중국이 일대일로 기치 아래 태도국에 인프라 자본을 대규모로 투자하고, 이를 기반으로 태도국과 안보 협력도 촉진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2022년 4월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경찰을 파견해 솔로몬제도의 치안 강화를 지원하였다. 2023년 7월에는 양국이 '2023년–2025년 경찰 협력 협정'에 서명하였다. 반면, 중국이 2022년 5월 온·오프라인 혼합으로 피지에서 개최된 제2차 중국-태도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태도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안보 협정 체결을 시도했으나, 일부 태도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사실 중국보다 먼저 호주가 2017년 8월에 솔로몬제도와 자연재해와 보안 위협 시 호주가 솔로몬제도에 경찰과 군인을 배치할 수 있는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실제로 이에 근거해 2021년 11월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 시 호주가 300명 규모의 경찰과 방위군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했다. 지난 9월에는 호주 경찰이 솔로몬제도 총선이 있는 2024년 6월까지 솔로몬제도의 치안을 담당하기로 합의하였다. 호주는 피지(2022년 10월), 바누아투(2022년 12월), 투발루(2023년 11월)와 유사한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그런데 바누아투의 경우 바누아투 의회가 2023년 9월에 호주와의 안보 협정 체결로 바누아투의 중립이 훼손되었다며 총리를 불신임하고, 친중 성향 인사를 새로운 총리로 선출했다.

하와이에 인도·태평양 사령부, 괌에 공·해군 기지, 마셜제도에 탄도 미사일 시험장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은 태도국과 중국의 안보 협력 증가로 미국의 전략적 취약성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한 미국은 파푸아뉴기니와 2023년 5월에 미군이 파푸아뉴기니의 6개 항구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방위협정을 체결했다.

이처럼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고 있는 안보 협정은 한편으로는 중국, 호주, 미국이 남태평양을 지정학적으로 중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과거 국제관계에서 남태평양은 태도국과 대만과의 국교 단절,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태도국 14개국의 투표권(voting power) 등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남태평양이 항공·해상 교통과 해저 데이터 전송의 전략적 요충지로 부상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미국, 호주의 영향력 경쟁이 과열됨에 따라 이들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려는 태도국의 실리적 행보와 친호주·친중·친미로 갈라지는 국내 정치 분열이 남태평양 안보 협정의 국제정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박재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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