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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7개에 2만 원, 핫도그는 5000원…‘관광용 시식대’로 전락한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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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7개에 2만 원, 핫도그는 5000원…‘관광용 시식대’로 전락한 전통시장

입력
2023.1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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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시장·포차 거리 '바가지' 논란
명동 거리 음식 가격도 전부 올라
상인들 "코로나, 고물가로 불가피"
"정량표시제 넘어 물가 안정 필요"

지난달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종로 포장마차에서 판매한 2만 원짜리 석화 한 접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종로 포장마차에서 판매한 2만 원짜리 석화 한 접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최근 서울 종로 광장시장 내 한 전집을 찾은 윤모씨는 지인 2명과 함께 1만5,000원짜리 모둠전 한 접시를 주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접시에는 맛살과 햄, 애호박 등으로 구성된 한 입 크기의 전 10개만 담겨 있었다. 이 사실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해당 점포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광장시장 상인회는 해당 점포에 10일간 영업 정지 처분을 했다.

# 지난달 2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석화 7개에 2만 원을 받은 종로의 포장마차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개당 3,000원꼴의 석화다"라며 "해산물 자주 먹지만 난생처음 본 가격이다"라고 지적했다. 해당 점포의 안주는 모두 2만 원이었다. 테이블당 안주 2개를 무조건 시켜야 하고, 카드 결제는 안 됐다. 바가지 논란에 포장마차 60여 곳이 밀집한 포차거리는 지난달 말부터 10여 일간 영업을 중단하며 재정비했다.

서울 시내 전통시장과 노점의 바가지 논란이 거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시장을 찾는 젊은 세대들과 외국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지만, 비싼 가격과 주문 강요 등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상인들은 고물가 여파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가격정찰제와 정량표시제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고물가... 닭꼬치 등 500~1,000원 올라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먹거리 음식 포차들이 줄지어 들어서자 인파가 몰리고 있다. 광장시장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았다. 최은서 기자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 먹거리 음식 포차들이 줄지어 들어서자 인파가 몰리고 있다. 광장시장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았다. 최은서 기자

13일 오후 서울 명동에 줄지은 노점에서 파는 음식 가격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전부 올랐다. 인기가 높은 닭꼬치, 붕어빵, 회오리감자, 핫도그 등의 가격은 대부분 개당 5,000원이었다. 3년 전만 해도 이들 길거리 간식은 3,000원 수준이었다. 그새 67%나 오른 셈이다. 3년 전 4,000원이던 회오리감자도 25%나 올랐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탕후루는 개당 일반 매장 판매가(3,000원)보다 높은 5,000원이었다.

비싼 가격에 시장과 노점을 찾은 이들은 당혹감을 내비쳤다. 이날 명동을 찾은 직장인 이모(27)씨는 "둘이서 붕어빵과 닭꼬치, 탕후루 등 세 가지를 먹는데 3만 원 이상 들었다"며 "웬만한 식사값이라 부담스러워서 다음엔 굳이 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도 음식을 두고 볼멘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시장 내 점포에서는 떡볶이 1인분을 3,000원, 빈대떡 6,000원, 칼국수 6,000원, 모둠전 1만 원 등에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은 3년 전과 비슷했지만,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이날 시장에서 떡볶이 등을 사먹은 김모(35)씨는 "가격 자체는 저렴해 보이는데 막상 받아보면 양이 너무 적다"며 "식사가 아닌 관광용 시식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물가 상승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통계청의 '11월 소비자물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3% 올랐다. 4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농산물 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13.6% 상승했다.

명동 거리에서 길거리 음식을 파는 상인 A씨는 “개당 소액에 팔리는 길거리 음식은 500원, 1,000원 올리는 것도 손님 입장에선 크게 오른다고 느끼기 때문에 가격을 유지하려 오래 버텨왔다”“하지만 밀가루, 과일 등 모든 식재료가 일제히 올라 올 초 가격을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포차를 운영하는 B씨도 "코로나19 사태 때는 명동에도 사람이 없으니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니면서 장사하느라 고정적인 손님층이 없어 어려웠다”며 “가격을 올려야만 생계가 그나마 유지돼, 코로나19 사태를 버티던 3년간 가격을 500원 단위로 두 번 올렸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정량표시제 도입...물가 대책 마련해야

13일 서울 종로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 매대에 손님들이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최은서 기자

13일 서울 종로 광장시장 먹거리 골목 매대에 손님들이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최은서 기자

바가지요금을 두고 여론이 들끓자 서울시도 대책을 내놨다. 시는 메뉴판 가격 옆에 중량을 표시하는 '정량(定量)표시제'를 이르면 내년 상반기 도입하기로 했다. 예컨대 모둠전 A점포는 1만5,000원(200g), B점포는 2만 원(300g) 등으로 표시한다. 또 '미스터리 쇼퍼(위장손님)'가 상시로 시장을 방문해 정량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 바가지 요금을 받거나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 상시 모니터링 대상으로 선정해 집중 관리한다.

다만 정량표시제가 바가지요금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조병옥 광장전통시장상인총연합회 이사는 "고기를 파는 곳 외에 대부분의 일반 식당에서 음식 메뉴마다 정량을 안 적어두는 것처럼 시장 내에서도 모든 메뉴에 정량을 표시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바가지요금 논란이 있는 점포는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이로 인해 다른 점포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바가지요금이라고 할 만큼 가격이 오르기까지 물가 상승분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정량표시제도 도움은 되겠지만 통화 당국이 나서서 물가 안정을 마련하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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