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에 우크라이나 지원 승인 촉구 ‘이심전심’
전후 가자지구 점령 시사에 “지지 잃어” 면박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은 현재 미국이 전쟁 자금을 대고 있는 두 나라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요즘 양국 정상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 12일(현지시간)은 그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 날이었다. 미국민의 관심을 잃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다독인 반면,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그쳤다.
젤렌스키에겐 “미국인, 우크라이나 안 버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나와 미국인은 우크라이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할 수 있는 데까지 중요 무기와 장비를 계속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후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국행은 이번이 세 번째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장을 떠나 미국을 방문한 것은 전쟁에 필요한 돈이 떨어져 가고 있어서다. 전날 미국에 도착한 그는 이날 지원 예산 승인권을 갖고 있는 미국 연방의회 수뇌부를 만나 지원의 시급성을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동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싸움은 자유를 위한 싸움”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그러나 자국 이익이 가장 우선인 보수 야당, 특히 하원의 벽은 높았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감을 줬고 단호했다”고 평가했지만, 안건 처리는 양보하지 않았다. 역시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적절한 감독도 없고 명확한 승리 전략도 없는 수십억 달러의 추가 자금”이라며 지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의회가 붙잡고 있는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안은 약 600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의회의 추가 승인이 필요하지 않은 2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안을 발표하며 의회에 예산안 승인을 거듭 촉구했다.
공화당 내에는 다른 나라 국경 보호보다 자국 남부 국경 통제 강화가 더 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들은 갈수록 우크라이나 지원에 냉담해져 가는 국내 여론을 업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탄원이 연민은 자극했지만 이민자 단속 등을 둘러싼 미국 내 정치에 묶인 자금을 풀어내지는 못했다”고 논평했다.
네타냐후에겐 “이스라엘, 국제사회 지지 잃어”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사이의 기류는 대조적이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해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 일변도 가자지구 군사 작전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질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지지 상실’ 언급은 하마스와의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맡기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문을 네타냐후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거부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가자지구 사상자가 증가하는 와중에 전후 분쟁 해결에 대한 미국의 비전을 거절한 네타냐후 총리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음을 폭로했다”고 전했다.
실제 국제 여론은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당장 전쟁을 멈추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이 이날 유엔총회에서 채택됐는데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대한 규탄이 빠졌다. 줄기차게 비난을 감내하며 이스라엘 편을 들어 준 미국에도 외교적으로 막다른 곤경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