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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러·중 겨냥 '제2 바세나르' 집단 수출통제 체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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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러·중 겨냥 '제2 바세나르' 집단 수출통제 체제 추진

입력
2023.12.13 13:55
수정
2023.12.13 14: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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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부 차관, 경제안보 콘퍼런스서 “논의 중”
‘바세나르’ 대체… 냉전기 ‘코콤’ 부활 가능성

엘렌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엘렌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과 함께 집단 수출통제 체제 구축을 추진한다. 서방 안보를 위협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력 강화에 자기편 첨단 기술이 사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한다는 명분이다.

엘렌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바세나르’ 등 기존 다자 수출통제 체제를 대체할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새로운 다자 수출통제 체제 수립 방안을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기존 수출통제 체제, 특히 바세나르가 기술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양자 영역에서는 양자 속도(quantum speed)로 행동하는 수출통제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동맹들은 우리를 적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빠른 속도로 행동할 수 있는 수출통제 체제를 어떻게 만들지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바세나르는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이중 용도 품목과 재래식 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1996년 국제사회가 설립한 다자 수출통제 체제다. 현재 한국과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4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합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결정 속도가 느린 데다 회원국에 러시아가 포함된 터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계가 명확하게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새 수출통제 체제 추진 목적은 안보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중국이 주권국가로서 군을 현대화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 미국의 기술을 쓸 수는 없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새 체제에 참여하는 국가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기술과 그 기술 개발 역량을 가진 나라들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반도체 산업의 경우 칩이나 장비를 실제 만들 수 있는 소수의 국가가 새 체제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첨단 양자컴퓨터 작업을 하는 나라가 몇 안 되는데 한국도 그중 하나”라고 했다.

냉전 시대에 서방이 공산권으로 전략 물품이 수출되지 못하도록 도입한 ‘코콤(COCOM·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이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이달 초 ‘레이건 국방 포럼’에서 “우리가 미국 기업의 불이익을 감내하면서까지 기껏 수출을 통제했는데 중국이 독일과 네덜란드, 일본, 한국에서 기술을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냐”며 코콤처럼 동맹끼리 공조하는 다자주의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광물 들어갔다고 전부 배제하면…”

명분과 더불어 챙겨야 할 것은 실효성이다. 김영재 주(駐)미국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우려기업(FEOC)' 시행 지침에 대해 “현실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규정안은 사실상 중국에 있는 모든 기업을 FEOC로 간주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불만이다. 김 공사는 “2025년까지 중국에서 조달한 광물을 (전기차 공급망에서) 완전히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라며 “현실적인 접근을 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들이 (보조금을) 포기하고 저렴한 광물을 조달하려고 계속 중국에 의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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