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여 개 법인·개인… “이씨, 반도체 기술 이전”
‘북러 무기거래 관여’ 러 해운사 3곳도 리스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 8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전쟁 물자 반입을 차단하기 위한 제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50여 신규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 업체가 한국 등의 반도체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운 한국인 브로커도 포함됐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군수품, 기계, 장비 등의 획득을 도운 중국,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150개 법인·개인을 새롭게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특히 대상자 명단에 한국 국적자 이모(61)씨도 넣었다. 미국의소리(VOA)방송은 “한국 국적자가 OFAC 제재 명단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재무부는 “제재 대상인 러시아 기업 ‘AK마이크로테크’의 핵심 조달 에이전트”라고 이씨를 소개했다. 외국의 반도체 기술 등을 러시아의 전자 기기 업체들에 이전하는 데 특화된 기업인 AK마이크로테크는 지난 7월 재무부 ‘블랙 리스트’에 등재됐다.
재무부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가 한국, 일본, 미국 제조업체로부터 AK마이크로테크에 이전될 수 있도록 자신의 유령 회사와 복잡한 결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하는 게 이씨의 역할이었다. 이번 제재로 이씨는 미국인이나 미국 업체와 거래할 수 없고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된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 군사 산업 기반의 강화·유지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제3국 공급업체와 네트워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관계당국이 이씨의 대러시아 불법 우회 수출 혐의 등을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전쟁 직후 대러시아 수출 통제와 금융 제재를 도입한 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이를 충실히 이행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러시아의 제재 회피 행위 등에 연루된 100여 개 법인·개인을 새로 제재 명단에 포함했다. 아울러 포탄 등 북한산 군수품의 대러시아 수출에 개입한 IBEX해운, 아지아해운홀딩스, 아지아해운컴퍼니 등 러시아 업체 3곳을 새로 제재하고, IBEX해운과 관련이 있는 ‘마리아’, ‘캡틴 야쿠보비치’, ‘아르카디 체르니셰프’ 등 선박 3척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의 명분 없고 부당하며 불법적인 전쟁에 맞서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 및 동맹국·파트너들이 단결했다”며 “앞으로도 가용한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한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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