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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투입된 전북 스마트기기 문제점 우려가 현실로...터치 먹통에 오류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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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투입된 전북 스마트기기 문제점 우려가 현실로...터치 먹통에 오류 속출

입력
2023.12.13 18:30
수정
2023.12.2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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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북 터치 오류·기기 꺼짐 등
문제 속출…수 개월째 진땀만
부실 지적에도 강행하더니
학교 현장 혼란으로 이어져

전북도교육청이 800억 원을 들여 도입한 스마트기기에서 각종 불량이 속출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북도교육청이 800억 원을 들여 도입한 스마트기기에서 각종 불량이 속출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본보 7월20·일25일자 A19면)에 휩싸인 전북도교육청 스마트기기 보급사업이 학교 현장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결국 현실화됐다. 전북도교육청은 국내 교육청 중 유일하게 스마트기기 보급 기종으로 네이버 웨일 OS(운영 체제)를 사용하는 ‘웨일북’을 도입했지만, 벌써부터 각종 불량과 오류가 속출하면서 운영에 제동이 걸렸다. 880억 원을 들여 추진한 사업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올해 사업비 885억 9,000만 원을 들여 초등학교 6학년 및 특수학교 학생용 웨일북 1만 6,513대,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2학년 학생용 노트북 4만 7,880대를 12월까지 순차적으로 보급했다.

그러나 막상 웨일북을 받은 일선 학교 현장에선 각종 불량과 오류 탓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태블릿PC 도입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터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불량 제품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이 도입한 웨일북은 브라우저 실행 후 특정한 시간 또는 10~30분가량 웹사이트 접속을 할 경우, 터치가 먹히지 않는 현상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전주시 한 초등학교 스마트기기 담당 교사는 "보급받은 웨일북 25대 가운데 무려 17대에서 터치 오류가 확인됐다"며 "특히 터치 오류 뿐 아니라 충전이 제대로 되지 않은 기기, 화면이 갑자기 꺼지거나 전원이 종료되는 기기 등 불량이 무더기로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1~2%의 불량률도 아니고 보급 받은 기종 가운데 상당수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현재 얼마나 많은 기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는 지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호환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현실화됐다. 스마트기기 수업에 활용되는 브라우저인 구글 크롬의 최신 버전은 V120이지만, 보급된 웨일북의 경우 6개월 전 발표된 V114 버전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의 모든 학교들이 보안 취약점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최근 SNS를 통해 "잠재적으로 가장 위험한 이슈는 버전 업데이트 이슈"라며 "버전 업데이트가 계속 늦어지면 보안이 뚫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안정적인 OS 운영을 위해서 구글 업데이트 정책 중 하나인 LTS 버전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안상 문제는 없으며 웨일은 자체 보안 채널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며 "웨일북도 신학기 배포를 목적으로 V120 버전 크롬을 개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도교육청이 강조한 웨일 OS만의 화면 공유 기능 역시 먹통 신세다. 앞서 도교육청은 네이버 웨일북은 실시간 모니터링과 원격 제어, 한국어 지원에 특화된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술의 탑재, 화면 필기 및 기록 기능을 활용한 수업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역시 각종 오류가 발목을 잡았다. 전북지역 A교사는 "수업 때마다 2~3명씩 화면 공유가 되지 않는 오류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원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패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학교 수업 특성 상 1~2개의 기기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스마트기기 활용 수업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문제가 발생한 기기를 보유한 학생들을 배제하고 나머지 학생들을 대상으로만 수업을 진행할 수도 없는데다 대체할 수 있는 기기도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선 학교 현장에선 스마트기기를 보급받고도 수개월 째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800억 원을 들인 사업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B교사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해보려 했지만, 각종 오류와 씨름하다 수업 시간을 통으로 날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전북지역 교사들이 수백억 원을 들여 웨일 OS를 테스트하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터치 오류 등 각종 이슈들은 상용 제품과 다른 부품을 사용해 발생한 호환성 문제"라며 "13일부터 LG와 네이버 등이 해당 문제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으며 OS 업데이트 등 패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화면 공유 기능은 현재 분석 중이지만, 학교 네트워크가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터치 이슈 등 문제에 대해선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 문제 원인을 찾아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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