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일 국빈방문, 6년 만의 베트남행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견제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찾아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한 지 3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자”며 사회주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앞세우는 한편, 철도 인프라 개선 대규모 보조금 등 ‘선물 보따리’를 잔뜩 내놓으며 베트남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미국이 중국 앞마당인 동남아시아, 특히 전략적 교두보인 베트남에서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 하자 이를 견제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베트남 '운명 공동체' 구축 합의
시 주석은 12일 1박 2일 일정으로 하노이를 국빈방문했다.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푸쫑 공산당 총비서(서기장) 초청이었다. 시 주석이 집권 후 베트남을 찾은 것은 2015년 양자 정상회담과,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세 번째다. 올해 들어 처음 방문한 아시아 국가이기도 하다.
베트남 측은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이 지난해 10월 쫑 서기장의 베이징행 답방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9월 베트남을 찾은 지 10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시 주석이 하노이로 달려온 이유는 ‘미국 맞대응 차원’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기존의 ‘포괄적 동반자’에서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2단계 끌어올리고 반도체와 희토류 등 공급망 협력 강화도 약속했다. 일본 역시 지난달 베트남과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단계로 높이기로 합의했다. 결국 미국이 일본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중국 턱 밑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중국이 저지에 나선 셈이다.
시 주석과 쫑 서기장은 이날 양자 회담에서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2013년 시 주석이 제안한 ‘인류운명공동체’는 각국의 상생을 강조한 중국의 새로운 세계관으로, 미국 단일 패권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논리로 사용돼 왔다. 베트남 국영 VTV는 “베트남과 중국은 지난 15년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높은 성과를 이룬 이후 새로운 요구에 직면했다”며 “양국 국민의 행복을 위해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미래 공유에 나서게 된다”고 전했다.
철도 건설 인프라 강화 등 ‘경제 협력’
이날 베트남은 바이든 대통령 방문 당시에는 없었던 예포 21발 발사로 시 주석을 예우했다. 양측은 △중국 남부 광시성과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잇는 철도 개선 △새 철도 건설 등 인프라 강화를 위한 차관 제공 △희토류 가공 분야 협력 강화 △농산물 수출입 등 36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세계 패권 국가 수장들의 잇따른 방문과 구애로 베트남의 몸값은 한층 더 높아졌다. 흐엉레뚜 국제위기그룹 아시아 부국장은 “중국은 베트남을 라이벌(미국)에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베트남은 강대국 사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독자적인 외교 노선인 ‘대나무 외교’를 보여 줬다”고 분석했다.
다만 남중국해(베트남명 동해) 영해권 문제에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알파벳 유(U) 자 형태의 9개 선(남해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한다. 베트남은 남해구단선이 그려진 지도가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상영 금지할 정도로 민감하게 여긴다. 베트남의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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