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계속 쌓이자 의붓어머니 재산 노려
檢 "범행동기는 돈"... 강도살인죄 적용
의붓어머니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40대 남성이 지난달 19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의붓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40대 남성이 경륜 베팅과 인터넷방송 후원 등에 돈을 탕진하다 쌓인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 서원익)는 12일 강도살인 및 시체은닉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 배모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우발적 살인임을 주장했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더 수사해 보니 돈이 직접적 범행 사유였다.
배씨는 올해 10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집에서 의붓어머니 70대 이모씨를 살해한 뒤 경북 예천군의 한 갈대밭 주변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지난달 "이씨와 연락이 안 된다"는 동사무소 직원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같은 달 17일 경기 수원시에서 배씨를 체포했다. 30여 년 전 이씨와 재혼한 아버지는 1년 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배씨는 올 4월 직장을 잃은 뒤 지속적으로 연인의 돈을 빌렸다. 그중 매달 300만 원 정도를 경정·경륜 베팅에 투자했고, 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를 후원하기 위해 100만 원을 쓰는 등 방탕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채무 규모는 2,000만 원을 훌쩍 넘겨 휴대폰 요금조차 내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배씨는 이전부터 의붓어머니의 재산을 탐냈다. 6월엔 이씨의 기초연금 통장에서 110만 원을 인출하고, 그의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대출 시도를 하기도 했다. 범행 직전인 10월 초에는 "이씨가 갑자기 사망하면 배씨가 (재산을) 모두 상속한다"는 내용의 유언장 역시 작성했다. 이밖에 의붓어머니가 관리하던 누나의 장애인연금 권리 권한을 요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처럼 살해 동기가 금전 목적이라는 점이 분명해지자, 검찰은 원래 배씨에게 적용된 단순살인죄 혐의를 강도살인죄로 변경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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