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여신 목욕하는 그림에
항의 이어지자 교사들 반발 나서
미국서도 다비드상 보여주자 항의
프랑스의 한 학교에서 르네상스 시대 화가 그림으로 인한 교사들의 수업 거부 사태가 벌어졌다. 해당 그림에 여성의 나체가 담겼다는 이유로 학생·학부모가 반발하자, 교사들이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를 다룬 예술작품이 학교에서 수난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미국 기독교계 학교에서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은 포르노'라는 항의에 교장이 해고당했다.
교사들 “악화한 교육 환경, 보호 못 받아”
1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프랑스24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외곽에 위치한 자크-카르티에 중학교 교사들은 이날 수업에 들어가지 않았다. 사건은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수업에서 ‘디아나와 악타이온’이라는 이탈리아 화가 지우제페 세자리의 그림을 보여줬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사냥꾼 악타이온이 목욕하는 사냥의 여신 디아나(아르테미스)를 봤다가 사슴으로 변하는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여신 아르테미스와 그를 따르는 님프들이 나신으로 그려진 탓에 일부 학생들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반발했다. 한 학부모는 교장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그러자 해당 중학교 교사들은 하루 뒤인 8일 학부모에게 메일을 보내 “교실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악화한 교육 환경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가 일선 교사를 전혀 보호해 주지 못한다”고 수업 거부 까닭을 설명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이날 자크-카르티에 중학교를 찾아 시찰하고, 항의를 주도한 학생에게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해당 학교의 교사와 교육 당국의 강경한 조치는 최근 프랑스에서 교원을 향한 폭력이 잇따르는 상황과 관련 있다. 2020년에는 수업 시간에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다룬 만화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교사가 살해당했고, 올해 10월에는 프랑스 북부에서 무슬림인 옛 제자가 교사를 찾아가 칼로 찔러 죽였다.
극심한 문화전쟁… 교실에도 ‘불똥’
‘문화 전쟁’이 한창인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이 지역에 있는 탤러해시 클래식 스쿨은 올해 3월 미술 시간에 미켈란젤로가 1500년대에 만든 다비드상 사진을 보여줬다가 일부 학부모로부터 ‘포르노다’, '교육에 적합하지 않다' 등의 항의를 받았다. 결국 이 학교 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비판이 커지자 플로리다 교육부는 뒤늦게 “다비드상은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프랑스와 미국의 교실에서 벌어진 논란은 과거의 유물도 피해 갈 수 없을 정도로 각국의 정치와 종교 간 간극이 극심함을 보여준다. 특히 ‘자유의 나라’인 미국과 관용, 이른바 톨레랑스를 국가의 정신으로 삼은 프랑스에서도 이런 갈등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교육 환경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미술사학자 토마소 몬태나리는 영국 BBC방송에 “교육의 자유는 가족에 의해 제한되거나 조작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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