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동서 회사 '고가 매입' 의혹
그룹사 투자 의사결정 맡은 상무 3명 조사
KT-현대차 '가교' 인물, 뒷돈 정황도 포착
KT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사 지분을 '보은' 성격으로 고가 매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KT 본사 상무급 임원 세 명을 최근 연이어 소환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KT그룹 투자 의사결정 선상에 있던 부서장들인데, 구현모 전 대표나 윤경림 전 사장(KT 대표로 내정됐다가 사퇴)의 최측근으로 통한다. 검찰 수사가 의혹의 최정점인 구 전 대표와 윤 전 사장의 턱밑까지 진행된 모양새다.
1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용성진)는 최근 KT 백모 전 전략투자실장, 권모 전 그룹제휴실장, 김모 전 전략기획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셋 다 상무급 임원이다. 검찰은 세 상무가 KT그룹 계열사인 KT클라우드의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스파크·현 오픈클라우드랩) 지분 인수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지난해 9월 KT 품에 안긴 스파크는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동서 박모씨 소유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업체였다. KT본사의 통상적 의사결정 구조상, 전략투자실·그룹제휴실이 그룹사 투자 밑그림을 그리면 전략기획실이 검수 후 계획을 확정해 구 전 대표에게 최종 보고한다고 알려져 있다. 세 상무가 차례로 소환된 이유다.
수사팀은 본사 지시를 받은 KT클라우드의 남모 본부장(부사장)도 불러 사실관계를 다졌다. 다만 남 본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스파크가 현재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소상히 설명, '고가 매입'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혹은 KT와 현대차의 얽히고설킨 인적 네트워크에서 출발한다. 중심엔 윤 전 사장이 있다. 2006년 KT에 입사한 그는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2019년 현대차로 적을 옮겼다. 현대차는 2019년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구 전 대표의 쌍둥이 형이 경영하던 차량용 소프트웨어 업체 에어플러그 지분 99%를 281억 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현대차 임원이던 윤 전 사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플러그가 경영난을 겪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구 전 대표와의 친분 관계 때문에 회사를 사줬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KT클라우드는 지난해 9월 정 회장 동서 회사(스파크)의 지분 100%를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격(206억8,000만 원)에 매입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여기에도 윤 전 사장과 친분이 깊던 KT 임원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지분 매입 직후 윤 전 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KT 본사에 돌아왔다.
검찰은 올해 8월 KT와 KT클라우드 사무실, 윤 전 사장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윤 전 사장이 백 전 전략투자실장, 윤모 KT클라우드 대표 등에게 '스파크를 사라'고 지시했다"고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윤 전 사장은 물론이고 최종 결정자인 구 전 대표, KT 및 KT클라우드 임원 다수가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다.
수사팀은 최근엔 KT 출신 서정식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까지 압수수색했다. 서 전 대표는 KT 출신으로, 박씨와 윤 전 사장의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0년 무렵 KT의 클라우드 업무를 총괄했다가 2018년 현대차로 이직했다. KT 측이 인수한 스파크는 거래 물량 전부를 현대오토에버에 의존해 왔다. 검찰은 서 전 대표가 물량 공급을 유지해 인수를 앞둔 기업 가치가 고평가되도록 돕고, 그 대가로 박씨에게서 뒷돈을 받은 정황도 최근 포착했다. 수사팀은 돈의 성격과 용처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KT는 이달 1일 자 정기인사에서 본사의 백 전 실장과 권 전 실장을 해임했다. 김 전 실장은 교육 파견 중이다. KT는 이번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국일보 질의에 "검찰 조사 중인 사안이라 밝힐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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