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3박5일 국빈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3박5일 일정으로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나섰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6번째, 올해 들어 13번째 순방이다. 하지만 시선은 곱지 않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이 녹록지 않은 데다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 이후 순방을 바라보는 부정적 여론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우려가 잦아들려면 윤 대통령이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하며 밝혀온 '순방=국익'이라는 공식이 얼마나 호소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달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교 이후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이 국빈 초청을 받아 가는 자리라는 건 그만큼 국가 위상이나 경제적 위상이 커졌다는 증거”라고 이번 순방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초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과의 협력을 예정하고 가는 순방이지만, ‘순방’ 자체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가 크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털어놨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생산 핵심 장비인 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 기업 ASML을 찾는다. 특히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함께 방문해 반도체 협력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양국 관계를 반도체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네덜란드뿐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의 반도체 협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순방 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성과 측면에서 그렇다.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지지를 바탕으로 부산 엑스포 유치가 가능하다’는 전략에 따라 순방의 핵심 의제를 주로 부산 엑스포에 맞췄지만, 참패로 끝나면서 외교 전략의 허점이 드러났다. 내년 미국 대선을 감안하면 조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 강화에 주력하는 것이 자칫 '올인' 외교로 비치는 점도 부담이다.
국내 상황은 더 여의치 않다. 한국갤럽이 8일 공개한 조사 결과 내년 총선을 ‘정부를 심판할 기회’라고 응답한 국민은 51%로 ‘여당을 찍겠다’는 의견(35%)을 크게 앞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더해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 직후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최근 장관급 7명을 교체한 데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화려한 순방’에 비해 국내 사정에는 둔감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에 '순방 속도전'에 변화를 주려는 기류가 감지됐다. 또 다른 여권 핵심 관계자는 “취임 이후 유럽 국가 등을 중심으로 국빈 방문 요청이 여느 정권과 다르게 많았다”며 “그러나 내년 총선 전까지는 순방 빈도를 줄이는 방안을 대통령실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대통령실은 억울함을 토로한다. 취임 19개월 기준,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16회 해외 순방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15회로 별 차이가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을 줄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거절하지 못하게) 국빈 초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최근 순방은 우리 의지보다 상대국의 국빈 초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의 위상이 커졌고, 한국이 국제사회에 기여할 기회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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