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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투표율, 4년 만에 71%→27% 추락... '애국자 선거'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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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투표율, 4년 만에 71%→27% 추락... '애국자 선거' 보이콧

입력
2023.12.11 18: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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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구의원 선거 투표율, 역대 최저 27.5%
"애국자만 출마" 친중 일색에 투표 거부 현상

10일 홍콩에서 제7회 구의원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한 투표소로 유권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홍콩 당국은 유권자들의 투표를 적극 독려했지만, 이날 투표소 대부분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홍콩=연합뉴스

10일 홍콩에서 제7회 구의원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한 투표소로 유권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홍콩 당국은 유권자들의 투표를 적극 독려했지만, 이날 투표소 대부분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홍콩=연합뉴스

홍콩에서 '애국자', 곧 친(親)중국 후보들만 출마한 가운데 실시된 제7회 구의원 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27%대에 그쳤다. 홍콩 구의원 선거는 한국의 지방의원 선거 격으로, 이번에는 '투표 시간 연장'이라는 이례적 호재가 있었음에도 4년 전보다 43%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민주 진영 인사에게는 출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데 대한 홍콩인들의 반감이 '선거 보이콧'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전날 치러진 구의원 선거가 유권자 433만106명 중 119만3,193명이 투표한 것으로 집계돼, 최종 투표율 27.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국령이었던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됐던 1997년 이후 구의원 선거 최저 투표율은 1999년 35.8%였는데, 이번에는 유권자의 참여가 훨씬 더 저조했던 셈이다.

4년 전과 비교하면 투표율 저하가 더욱 도드라진다. 2019년 제6회 구의원 선거 땐 71.2%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이 나왔다. 당시 선거에선 홍콩을 뒤덮은 반(反)정부 시위 물결을 타고 범민주 진영이 선거로 뽑는 452석(전체 의석 수는 479석) 중 392석을 차지했다. 사상 최고를 찍었던 투표율이 불과 4년 만에 '역대 최저'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투표 거부 말고는 불만 표시할 방법 없었다"

제7회 구의원 선거가 치러진 10일 홍콩 시내 거리에서 한 남성이 선거 벽보 앞을 지나가고 있다. 홍콩=EPA 연합뉴스

제7회 구의원 선거가 치러진 10일 홍콩 시내 거리에서 한 남성이 선거 벽보 앞을 지나가고 있다. 홍콩=EPA 연합뉴스

투표율 추락 원인은 친중파 후보 일색이었던 이번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거부감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을 시행하며 정치적 장악 시도를 본격화했다. 이듬해엔 '애국자치항(愛國者治港·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을 앞세워 선거제 개편을 단행했다. 민주 진영 인사들의 공직 선거 출마를 제한하려는 목적이었던 탓에 유권자들은 냉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구의원 선거에선 직선제 선출 비중이 크게 줄었다. 2019년엔 전체 의석의 94%(479석 중 452석)였던 반면, 올해엔 18.7%(470석 중 88석)로 쪼그라들었다. 나머지 352석은 홍콩 정부가 임명하거나 각 지역구위원회(구위원회·소방위원회·범죄수사위원회)에서 자체 선출한다. 중국 정부의 입김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나마 선출직 88석마저 출마를 위해선 각 지역구위원회 3곳의 위원 9명 이상으로부터 '추천'을 받아야 했다. 사실상 친중 성향 정당 후보들만 출마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 개표 결과를 봐도 △민주건항협진연맹(민건련) 41석 △공련회 18석 △신민당 5석 △홍콩경제민생연맹 4석 등 88석을 모두 친중 진영이 싹쓸이했다. '누가 당선되느냐'보다는 '투표율'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존 번스 홍콩대 명예교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투표 거부 외에는 (홍콩 당국을 향한) 불만을 표현할 수단이 없었다"고 짚었다.

'투표 시간 연장'·'투표소 무료 버스' 동원했지만...

10일 홍콩에서 제7회 구의원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행정 당국이 제공한 '투표소 무료 버스'에 탑승한 노인들이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10일 홍콩에서 제7회 구의원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행정 당국이 제공한 '투표소 무료 버스'에 탑승한 노인들이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홈페이지 캡처

선관위는 투표 시간을 1시간 30분 연장하기도 했다. 당일 전자선거인명부 시스템이 30분간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2년 전 열린 입법회(국회) 선거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으나, 당시엔 투표 시간을 늘리지 않았다. 루치캉 홍콩 선관위 대변인은 "선거가 질서 있고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하기 위해"라고 설명했지만, 투표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홍콩 당국은 선거 당일에도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적극 독려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소 무료 버스'를 운행했고, 불꽃놀이·드론쇼를 펼치며 선거 분위기를 띄웠다. 선관위는 투표를 마친 이들에게 '감사 카드'도 제공했다. 투표 여부를 두고 유권자를 구분해 압박하려는 제스처로 풀이됐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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