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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새로운 의미

입력
2023.12.12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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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가 지난달 30일 예루살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가 지난달 30일 예루살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중동 국제정치의 주요 화두는 다극화라는 단어이다.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목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 이후,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가 탈중동 정책 기조를 이어오면서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 때문에, 중동의 전통적 미국 동맹국들의 전략적 행보도 이목을 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3년 3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대화 파트너로 참여했고, 2024년 1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이집트가 브릭스(BRICS)에 가입할 예정이다. 이는 중동이 다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며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다극화된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 쇠퇴라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 중동 안보에서 여전히 중요하고,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전쟁 발발 직후, 항공모함 두 개 전단과 오하이오급 핵잠수함, 다양한 공군 전략 자산과 병력을 파병한 사실이 뒷받침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143억 달러 규모 긴급 무기 패키지 요청,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과 앤서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이스라엘 긴급 방문, 유엔 안보리 논의를 주도하며 가자지구 휴전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모두 미국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 중임을 보여준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팔레스타인에 대해 우호적 발언만 내놓을 뿐, 어떠한 구체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UAE의 저명한 정치학자 압둘칼리크 압둘라 교수는 최근 전쟁 상황에서 중동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분석한다. 그는 미국의 적극적 역할이 중동 국가들에 미국 없이 중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이 이번 전쟁의 잠재적 승자로 부상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중동에서 퇴각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며 깊이 관여하려 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맥락에서 전쟁 기간 중동 국민 사이에서 증가한 반미 감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은 중동의 정치 지도자들이 미국의 정치적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다극화 시대로 접어든 중동에서 미국의 탈중동 정책과 영향력 감소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번 전쟁은 중동에서 미국 쇠퇴론과 중·러의 상대적 부상을 포함한 다극화 논의에 대한 재고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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