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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이 무슨 죄, 집값 아직 비싸다

입력
2023.12.1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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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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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O억, 딸 X억 주고 나니 거덜 났지."

자녀 결혼식을 치른 지인의 넋두리다. 자식들 벌이로는 도저히 답이 안 나와 신혼집 마련에 평생 모은 목돈을 갖다 바쳤다고 했다. "아이들이 결혼해서 감사하고 부모 입장에서 줄 수 있는 형편이 돼서 감사한데, 그렇지 않은 분들한테는 한편 미안하지. 집값이 너무 비싸. 무섭더라고."

다른 지인은 결혼 적령기 아들을 보면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결혼한다면 전세금이라도 지원해야 할 텐데 주변에서 아파트 사줬다는 소식이 들리면 난 뭐했나 하는 회의감이 밀려와. 나 때문에 결혼을 미루나 싶기도 하고. 최적의 방법은 집값이 떨어지는 것인데, 또 들썩인다니 쓴맛만 다시고 있다네."

청춘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몇 손가락에 꼽는 집값은 부모 세대에게도 골칫거리다. 여유가 있어도 줄어드는 노후 자금 때문에 걱정, 여유가 없으면 부모 노릇 못 한다는 자괴감에 더 걱정이다. 26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는(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소득과 어그러져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초 경제 여건 등과 비교해도 여전히 높게 평가된 게 한국 집값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문제인데 현실은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반짝 하락했다는 집값은 올 들어 다시 반등해 적어도 9월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하락분의 절반 이상을 회복한 것으로 추산된다. 어디까지나 지표상 수치이지 체감상 하락했다고 여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주무 부처 장관이 공언한 "집값 하향 안정"은 오지 않았다. '정상화'라는 애매한 기치를 내건 정부가 떨어져야 하는 집값을 끌어올린 탓이다.

연초 1·3 대책이 그렇다. 집을 사라고 떠밀었다. 규제지역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4곳만 남겨두고 모두 해제했다. 부동산 세금은 깎아 주고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풀었다. 정책대출 상품을 동원해 사실상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부추겼다. 고금리 상황은 여전한데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조급증만 심어 줬다. 빚더미에 오른 2030으로 인해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로 급증했다. 빚조차 내지 못하는 청춘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주택 공급 목표는 흐지부지됐다. 집값은 다시 올랐다. "(규제 완화) 지금 아니면 못 한다" "경착륙은 막아야 한다"는 구호에 기댄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부른 부작용이다.

최근 시장에선 '2차 조정기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한 게 근거다. 고금리 지속, 집값 고점 인식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강남을 제외한 지역의 하락폭이 훨씬 크다. 우리 주택시장의 고질인 '집값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해당 지역들이 강남보다 상대적으로 싼, 그래서 2030 영끌 열풍이 거셌던 곳이라는 점이 걸린다. 청춘이 무슨 죄인가.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실질주택가격지수(104)가 2015년 수준(100)으로 하락하면 출산율이 0.002명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외신이 '중세 시대 흑사병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빗댄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소수점 아래 숫자도 귀하다. 집 때문에 아이를 안(못) 낳는 건 비극이다. 2차 조정 운운하며 추가 규제 완화는 꺼내지 마시라. 시장에 맞서지 마시라. 집값은 여전히 비싸다, 더 떨어져야 정상이다.

고찬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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