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헤드·와이메아 계곡·마우나케아
대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하이킹 명소
코나 커피·맥주 투어·집라인 등 즐길거리 多
염전 투어·해마 농장 등 교육적 콘텐츠들도
해변 품은 리조트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나 하와이 가."
"뭐야? 결혼하는 거야?"
"아니, 하이킹할 건데."
겨울에 하와이로 떠난다니 대뜸 신혼여행이라도 가냐는 물음이 돌아온다. 한국에서 '하와이'하면 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허니문, 가족 휴양여행, 영화 '친구'의 장동건 정도다. 와이키키 해변과 서핑도 당연히 매력적이지만, 그걸로 이 섬들의 진면목을 봤다고 말하면 서운하다.
웅장하고 풍요로운 대지, 대자연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하와이 제도. 곳곳에 박힌 비경을 가까이서 확인하고, 배려와 포용이 깃든 알로하(Aloha) 정신까지 샅샅이 들여다보려면 '하이킹(가벼운 등산이나 걷기 여행)'이 제격이다. 눈을 돌릴 때마다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는 하와이의 하늘처럼, 하이킹만으로는 조금 아쉽다면 다채로운 체험과 미식으로 여행을 꽉꽉 채울 수 있다. 하와이는 아이와 함께여도, 연인과 같이 있어도, 심지어 혼자여도 좋다.
하와이 제도를 미 본토에 널리 알린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이 섬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 평화로운 땅, 그 아름다운 대지, 그 어느 긴 여름 날의 기후와 선한 사람들은 변함이 없으리니, 모두 천국에서 잠들고 또다시 천국에서 깨어난다."
날짜변경선 너머 펼쳐지는 싱그러운 여름
눈발이 날렸던 인천에서 출발한 하와이안항공 직항편은 8시간 20분 후 '하와이의 심장' 오아후섬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하와이는 날짜변경선을 통과해야 닿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오후 9시 25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는,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시간을 돌려 다니엘 K. 이노우에 공항에 당일 오전 10시 45분에 착륙했다.
현지의 싱그러운 여름은 한국의 추위에 익숙해진 굳은 몸을 단숨에 녹여주기에 충분하다. 하와이안항공을 이용하면 탑승과 동시에 하와이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플루메리아 꽃을 꽂은 승무원들의 "알로하" 인사와 함께, 현지 명소에서 촬영한 하와이 음악이 담긴 뮤직비디오가 여행의 설렘을 돋운다. 하와이안항공은 하와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항공사로, 인천-호놀룰루 노선을 주 5회 운항한다. 우선탑승과 일반석보다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엑스트라 컴포트' 좌석을 이용하면 긴 비행이 한층 편안해진다.
대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하이킹 코스
오전에 도착한 일정이니, 체력이 받쳐준다면 당일 곧바로 하이킹에 나설 수 있다. 호놀룰루 시내 남동쪽, 와이키키 해변 끝에 위치한 사화산 '다이아몬드 헤드'는 하와이에서 가장 유명한 하이킹 코스 중 하나다. 하늘에서 본 모양이 다이아몬드 같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등산을 위해선 예약이 필요하다. 그늘이 없어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물을 담은 텀블러를 챙기길 권한다.
다이아몬드 헤드는 해발 232m, 하이킹 코스는 약 2.6㎞로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부분 울퉁불퉁한 흙길인데, 오를수록 바다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깎아지른 낭떠러지 절경이 드러난다. 용암동굴과 나선형 계단을 거치면 1900년대 초 오아후섬에 접근하는 적 선박을 탐지하기 위해 만든 해안 방어 기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비로소 맞이한 정상. 빛을 받아 암석이 반짝이는 분화구와 함께 탁 트인 와이키키 해변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정상으로 오르는 탐방로는 가파른 계단을 이용해 기지를 통과하는 길, 완만하게 둘러가는 오솔길로 나뉜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어 원하는 길을 선택하면 된다. 단, 정해진 하이킹 코스를 벗어나면 안 된다.
다음 날 하이킹 코스는 오아후섬 노스쇼어를 대표하는 '와이메아 계곡'이다. 입구부터 거대한 몽키팟나무에 압도된다. 동행한 현지인 가이드는 본격적인 하이킹에 앞서 올리(Oli), 즉 하와이 전통 성가인 '에 호 마이(E Hō Mai)'를 함께 읊도록 안내했다. 하와이인들이 신성한 장소에 들어가기 전 행하는 의식으로 '우리에게 허락해주소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와이메아 계곡에선 대자연 앞에 작아지는 경외감에 빠져들면서도, 모순적이게 평온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입구부터 폭포까지는 1.2㎞, 완만한 산책로로 걸어서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 길에 조성된 52개 테마 정원에선 멸종위기종, 하와이 토착종을 포함해 5,000종 이상의 열대 및 아열대 식물이 각기 자태를 뽐낸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 영화 '쥬만지'의 배경이기도 하다.
와이메아 계곡은 하와이인의 정신과 전통을 계승하는 역사 유적이기도 하다. 고대 생활 유적인 할레 등을 방문해 공예품을 만드는 장인들과 만나고, 전통놀이로 하와이 문화를 배우는 미션을 완료하면 '간이 문화 대사 인증서'를 지급한다. 경이로운 자연과 함께 현지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모든 지식은 같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라는 하와이 격언이 체감된다.
울창한 수림 사이에서 쏟아지는 와이메아 폭포는 청량한 생명력이 넘친다. 폭포 아래서 수영하며 자연과 온몸으로 교감하는 경험은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한다. 운이 좋다면 하와이 토종 물새이자 천 마리 남짓 남은 멸종위기종 '알라에 울라'도 볼 수 있다. 신이 부여한 쿨레아나(하와이어로 '책임'이라는 뜻)로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다 부리와 이마가 빨갛게 익었다는 전설을 가진 새다.
가장 면적이 넓은 하와이섬(일명 빅아일랜드)에서도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해발 4,207m 하와이 최고봉 '마우나케아산'이 있다. 하늘과 땅을 잇는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는 정상엔 천문대가 있어 황홀한 일몰과 쏟아지는 별을 감상할 수 있다. 고산병에 대비한 약과 두꺼운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낮에는 코나 커피, 밤에는 자전거 맥주 투어
세계 3대 커피인 '코나 커피'를 나만의 로스팅으로 음미하는 것은 색다른 체험이다. 1만8,000그루 이상의 커피나무가 자라는 'UCC 커피 하와이 직영 농장'은 코나 커피 로스팅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하와이섬에서 수확한 코나 커피콩을 직접 볶으며 맛과 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배우고, 완성된 커피는 가져갈 수 있다. 커피 수확과 농장 투어 상품도 있다.
하와이섬 서쪽 카일루아-코나 지역의 '커피 벨트'에서는 주로 아라비카종을 재배하는데, 산미가 풍부한 특성이 있다. 강수량과 일조량이 커피 재배에 최적이라 자랑하는 곳이다. 커피꽃이 만개할 무렵엔 눈이 쌓인 것 같은 '코나 스노'의 부드러운 향이 진동한다.
다시 돌아온 베이스캠프, 오아후섬의 밤은 흥겹다. 예술가들의 벽화가 가득한 카카아코 문화예술거리에서 진행하는 '파라다이스 페달'의 맥주 자전거 투어 덕분이다. 흥겨운 음악을 동력으로 15인승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거리를 누비며 지역 유명 브루펍 3곳을 순회한다. 시원한 맥주를 들이켜면 어느새 여독이 사라지고, 함께 페달을 밟으며 취기를 나눈 이들과 새로운 인연이 쌓인다.
그야말로 질리도록 집라인을 탈 수 있는 체험도 있다. 오아후섬에서 가장 길고 가장 높은 '클라임웍스 노스쇼어 집라인'이다. 아찔한 높이에서 질끈 감고 뛰어내린 후 눈을 뜰 때쯤이면 가슴이 트이는 노스쇼어의 바다와 산경이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온다.
가족 여행객에게 적합한 체험도 많다. 하와이섬 유일한 염전인 '코나 염전 투어'에선 천일염 채취 과정을 익히고 소금이 하와이 문화에서 갖는 중요성을 배운다. 각종 소금과 함께 맛보는 채소도 별미다. 멸종위기종을 보존하는 데 힘쓰는 '오션라이더 해마 농장'은 해마·해룡의 특성과 해양 보호 필요성을 일깨운다. 해마를 직접 관찰하고 만져볼 수도 있다. '칼로코-호노코하우 국립역사공원'에선 볕 좋은 날 거북이가 떼를 지어 일광욕을 하러 뭍으로 나온다. 거북과 20피트(약 6m) 이상 거리를 유지해야 하며 만지면 벌금이 부과된다.
낭만이 넘실대는 해변을 품은 리조트·호텔
하와이엔 와이키키만 있는 건 아니다. 하와이섬 최북단에 위치한 '하푸나 해변'은 미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고즈넉한 이 바다를 품은 '더 웨스틴 하푸나 비치 리조트'는 13만2,000㎡(약 4만 평) 규모의 럭셔리 리조트로, 전 객실에서 하푸나 해변을 감상할 수 있다. 자매 호텔인 인근의 '마우나케아 비치 호텔'과 부대시설을 공유한다.
이 리조트의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레스토랑은 하와이 현지 또는 내부 정원에서 키운 식재료를 사용한다. 레이(꽃 목걸이) 만들기, 하와이어 배우기, 우쿨렐레 강좌 등 다양한 하와이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수려한 해변에서의 서핑과 함께 리조트에서 맞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도 근사할 듯하다.
그래도 와이키키 해변을 빼놓을 순 없겠다. 오아후섬의 바다는 파도가 높아 서퍼들의 천국이다. 와이키키 해변은 도심 한가운데에 있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와이키키 해변 인근 '아웃리거 와이키키 비치콤버 호텔'은 하와이 예술과 사진으로 장식한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마우이 브루잉 컴퍼니'가 있어 신선한 현지 맥주를 라이브 공연과 만끽할 수 있다.
하와이는 로컬 브랜드부터 명품숍, 면세점까지 접근성이 좋은 쇼핑 천국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야외 쇼핑몰인 알라모아나 센터에선 일부 미국 브랜드를 '하와이 프라이스'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