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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시상식이 위기라고? "BTS·아이유의 '그 무대'를 기억하라"

입력
2023.12.10 14:50
수정
2023.12.10 15:0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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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눠주기상으로 개성 잃은 K팝 시상식의 숙제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성상민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아이유의 2019년 멜론 뮤직 어워즈 '이름에게' 공연 모습. 무대 대형 스크린에 뜬 수많은 이름은 버스킹, 코러스 등을 하며 제자리에서 묵묵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무명 음악인들의 이름이다. 멜론 시상식 영상 캡처

아이유의 2019년 멜론 뮤직 어워즈 '이름에게' 공연 모습. 무대 대형 스크린에 뜬 수많은 이름은 버스킹, 코러스 등을 하며 제자리에서 묵묵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무명 음악인들의 이름이다. 멜론 시상식 영상 캡처

연말이 되면 K팝 시장은 분주해진다. 연말 시상식 때문이다. 연말은 예민한 시기다. 이때 가수가 앨범을 내면 "도대체 소속사가 일을 어떻게 하는 거냐"라는 팬들의 비난이 쇄도한다. 음악 프로그램들은 시상식 여파로 휴방한다. 생각해 보라. 신곡을 선보일 기회를 잡지 못한 채 분야별로 쏟아지는 ‘올해의 OO’ 리스트 사이를 고독하게 걷고 있는 내 '최애 가수'의 모습을.

연말 시상식의 주인공은 K팝이다. 시상식 라인업은 출연 가수의 인기나 인지도의 증거일 뿐만 아니라 시상식 주최 측의 섭외력, 나아가 무수히 존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까지 의미한다. 얼마 전부터는 해외 시상식들까지 이 게임에 등판하기 시작했다.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올해 K팝 4개 부문을 신설하며 화제를 모았다. 미국·유럽의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 1951년부터 매년 12월 31일에 방송되는 일본 NHK '홍백가합전'도 인기 K팝 그룹 섭외를 두고 전쟁을 벌인다.

K팝 스타들, 시들한 해외 음악 시상식 '긴급 구원투수'가 되다

시상식 주최 측도 ‘출연 자체가 명예’라는 느슨한 태도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그 고민을 혼자 오롯이 이고 지고 가던 게 바로 ‘상’이었다. 같아 보이지만 아무튼 다른 '베스트 부문'과 '페이버릿 부문'을 나누고 그 안에서 다시 '남성 부문'과 '여성 부문', '그룹 부문'과 '솔로 부문'으로 촘촘하게 세분한 형식은 시상식에 출연자를 섭외하기 위한 가장 쉬운 미끼이자 명분이었다. '스타일' '넥스트' 같은 추상적인 수식어가 난무하고 그나마도 해마다 바뀌어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상 하나를 받기 위해 공허한 표정으로 서너 시간씩 같은 자리에 앉아 있는 가수들의 지친 모습은 그 자체로 '밈'이 될 정도였다.

그렇게 애써서 만드는 연말 시상식에 대한 관심은 그 노력이 무색하게도 해가 갈수록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10년 전에 비해 절반 아래로 하락한 시청률 위기는 국내 이야기만이 아니다. 해외 시상식 역시 급락한 시청률과 대중 관심도를 놓고 고민한 끝에 열광적 팬덤을 가진 K팝 아이돌 섭외를 긴급 처방으로 택했다. 이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인지도 높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가 올해 출연자 미확보 및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의 개최 시기 조율 실패에 따라 내년으로 일정을 미루면서 위기감은 더 커졌다. 1년 음악계를 결산하는 행사, 심지어 미국 3대 시상식이라 불리는 행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한 해를 공석으로 비우게 된 것이다.

음악 시상식, 정공법을 택하라...'제대로 된 무대'

방탄소년단의 2019년 멜론 뮤직 어워즈 '아이돌' 공연 모습. 멜론 시상식 영상 캡처

방탄소년단의 2019년 멜론 뮤직 어워즈 '아이돌' 공연 모습. 멜론 시상식 영상 캡처

같은 곳만 빙글빙글 도는 잘못 든 길처럼 답답한 상황에 의외로 드문 제안을 하나 던져 본다. 음악 시상식에 제대로 된 무대를 허하라. "시청률이 안 나온다"거나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며 하나같이 앓는 소리를 하지만 시상식을 꾸준히 지켜봐 온 이들은 안다. 모호한 상 이름 짓기와 나눠주기식 시상으로 떨어질 대로 떨어진 시상식의 권위와 재미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건 오직 무대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실제로 음악 시상식과 관련해 오랫동안 회자되는 게 무엇인가 떠올려 보면 답은 쉽다. "남는 건 기록"이라면서 상 이름과 수상 횟수에 집착하는 건 숫자 쓰는 게 세상에서 제일 쉬운 미디어나 인정 욕구가 필요한 일부 팬들뿐이다. 잘 만든 무대 하나는 웬만한 상 열 개 부럽지 않다. 2015년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에서 선보인 그룹 2NE1 완전체의 폭발할 것 같던 국내 마지막 무대나 소외된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띄우며 노래에 깊이를 더한 아이유의 2017년 '멜론 뮤직 어워즈'(MMA) ‘이름에게’를 기억하는가. 30분이 넘는 퍼포먼스 시간과 그에 걸맞은 규모까지, 그야말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라 가능했던 2019년 MMA 무대도 빼놓을 수 없다. 수단이야 어쨌든 상 이름과 기록으로서의 숫자만 남는다는 건 이제 옛말이다. 영상으로 모든 게 남는 시대 아닌가. 미래는 K팝이 제일 잘하는 것을 잘하는 시상식에 행운의 손을 흔들 것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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