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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연쇄 ‘입양 살해’.. 정말 해법은 없는 걸까

입력
2023.12.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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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살아만 있기를 바랐습니다. 힘들게 구조한 고양이를 데려간 직후, 입양자는 연락을 끊었습니다. 2주 간의 추적 끝에 마주한 진실은 참혹했습니다. 고양이 ‘초코’와 ‘송이’가 보호자의 가면을 쓴 학대범에게 살해당한 겁니다. 그런데 경찰이 조사해 보니, 범인에게 살해당한 고양이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습니다. ‘이번주 동물 이슈’ 시작합니다.

지난 6일, 울산 북부경찰서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20대 남성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남성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길고양이를 돌보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뒤, 고양이 24마리를 분양받았습니다. 그는 분양받은 고양이들을 모두 죽이고 사체는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리거나 고속도로변에 유기했습니다.

범인은 지난 9월에 검거됐습니다. 검거 한달 전, 고양이 카페 회원은 길거리에 방치된 아기 고양이 ‘초코’와 ‘송이’를 구조했습니다. 초코와 송이를 돌보던 회원은 카페에 입양공고를 올렸고, 공고를 보고 접근한 범인에게 고양이들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입양 직후, 범인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습니다. 초코와 송이의 행방을 찾던 카페 회원은 2주간 추적한 끝에 범인을 붙잡았습니다.

범인은 검거 직후, “아기 고양이만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고양이들을 어떻게 죽였는지 물어보니 “시끄럽게 울어서 목졸라 죽이고 사체는 버렸다”고 답했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입건한 뒤, 그가 저지른 다른 범죄들도 확인했습니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부동산 투자 실패 스트레스를 풀려고 범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범인이 의도적으로 인터넷 카페에 가입해 구조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고 곧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이와 같이, 동물을 입양하자마자 살해하는 범행이 자주 벌어진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5일에는 경남 김해시에서, 고양이 2마리를 입양하고 죽인, 또다른 이십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범인은 길고양이가 자신의 차량에 흠집을 냈다며 살해 이유를 밝혔습니다. 법원은 “범행 목적으로 고양이를 분양받은 계획 범죄”라며 양형사유를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강원 춘천시에서 입양된 개가 12시간 만에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 학대범도 경찰 조사 결과, 반복적으로 개를 입양하고 죽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심 법원은 범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입양 살해 사건이 반복되는 원인은, ‘개인 간 분양’이라는 공통점에서 찾아야 합니다. 입양 희망자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입양자가 갑자기 연락을 끊어도 확인할 길이 없어집니다.

전문가들은 예방책을 제시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주문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리본’의 정서연 대표는 “구조를 했다면 번거롭더라도 지방자치단체에 먼저 신고해 동물의 정보를 등록하고 입양을 보내는 게 현행법상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당부했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동물등록 정보를 주기적으로 갱신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가 동물 사육 행태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짧은 기간에 여러 마리를 입양한 사실을 확인한다면, 연쇄살해나 애니멀 호딩을 의심하기도 수월할 것”이라며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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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사진 = 유튜브 ‘메단콩이 아부지’ 캡처, 동물자유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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