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국가 사용 금지·단체전 출전 불허 조건
"출전 제한 두는 건 올림픽 정신에 어긋"
우크라 "올림픽 무기화에 청신호" 반발
우크라이나 침공국 러시아가 내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단 자국을 대표하지 않는 중립국 자격으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러시아의 침공을 도운 벨라루스의 선수들이 중립국 자격으로 내년 7월에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자국 국기를 사용하거나 국가를 연주해서는 안 되고, 단체전에도 출전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현직 군인 등 군사 활동과 관련이 없는 선수여야 하고, 전쟁 지지 의사를 표명해서도 안 된다. 선수가 이 같은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각 올림픽 종목별 국제 스포츠연맹이 심의하도록 했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와 침공 조력국 벨라루스의 올림픽 출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일각에선 어떤 이유로든 출전에 제한을 두는 게 올림픽 정신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나왔다. 국가를 대표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들 국가의 선수 개인 참가는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 맥락이다.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IOC가 본질적으로 러시아에 올림픽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청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는 모든 자국 및 벨라루스 선수들을 선전전에 무기로 투입할 것"이라며 "모든 동맹국은 올림픽 원칙을 훼손하는 이 부끄러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IOC가 차별적인 조건을 부과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올레그 마티신 러시아 체육부장관은 "이는 스포츠 원칙에 위배된다. 그들은 러시아 스포츠가 아닌 올림픽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런 접근 방식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IOC에 따르면 파리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는 총 4,600명가량으로 이중에는 러시아 선수 8명과 벨라루스 선수 3명이 포함돼 있다.
앞서 러시아는 국가 차원의 도핑 샘플 조작 혐의로 2020년부터 2년간 국가 대표 자격의 선수 참가가 금지된 바 있다. 도핑과 무관하다는 점이 입증된 선수만 국가대표가 아닌 개별 참가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은 2021년 도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라는 국명과 국가를 사용하지 못한 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중립 단체 이름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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