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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지면 심해지는 '치질'… 화장실서 5분 넘기지 말아야

입력
2023.12.10 14: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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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찬바람 불면 모세혈관 수축해 치핵 유발

화장실 변기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가지면 혈관 덩어리가 부풀면서 항문 밖으로 삐져나오는 치질에 걸리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화장실 변기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을 가지면 혈관 덩어리가 부풀면서 항문 밖으로 삐져나오는 치질에 걸리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원 K(41)씨는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최근 생겼다. 평소 K씨는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며 휴대폰으로 이것저것 찾아보는 습관이 있었다. 변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변비가 생겼고, 급기야 치질로 이어진 것이다.

치질 초기 증상은 피와 통증이었다. K씨가 변을 보고 난 뒤 휴지에 피가 묻거나 잔변감과 함께 항문 주변이 가렵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기 물이 빨갛게 될 정도로 출혈량이 늘었다. 항문 내부 혈관 덩어리가 돌출돼 극심한 통증까지 생겼다. 겨울이 되면 K씨처럼 치핵으로 고생하는 환자가 늘어난다. 기온이 낮아지면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치핵이 커지기 때문이다.

◇찬바람 불면 모세혈관 수축해 치핵 생겨

대표적인 항문 질환인 치질은 항문 출혈과 항문 내부 덩어리가 나오는 ‘치핵(痔核)’,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痔裂)’, 항문 주변 농양이 곪았다가 터지는 ‘치루(痔漏)’를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치핵은 치질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다.

항문은 커다란 혈관 덩어리 3개와 작은 혈관 덩어리들로 이뤄져 있다. 치핵은 이 혈관 덩어리가 부풀면서 항문 밖으로 밀려 나오는 질환이다. 찬 곳에 오래 앉아 있거나 변비로 화장실에 오래 앉아 힘을 주는 압력 등을 원인으로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치핵은 위치에 따라 항문 치상선(직장 점막과 항문 피부가 만나는 곳) 안쪽에 생기는 ‘내치핵(암치질)’과 치상선 밖에 생긴 ‘외치핵(수치질)’으로 나뉜다. 치핵 환자 비율을 살펴보면 내치핵이 20%, 외치핵이 10%를 차지하고 내‧외치핵이 복합된 혼합 치핵이 70%를 차지한다.

치핵은 증상에 따라 1~4기로 구분한다. 1기는 배변 과정에서 피가 화장지에 묻어 나오는 상태다. 2기로 진행되면 치핵이 더 커져 배변 시 힘을 주면 항문 밖으로 나왔다가 힘을 빼면 제자리로 돌아간다. 3기는 배변 후 항문 밖으로 나온 치핵이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정도다. 4기가 되면 치핵이 다시 들어가지 않고 일상에서 불편을 느낄 정도로 진행된 단계다.

권윤혜 의정부을지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핵이 1~2기라면 좌욕과 약물 등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3기 이상이라면 상태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심한 변비로 딱딱해진 변…항문 찢어지면 ‘치열’

치열은 딱딱한 변이나 심한 설사로 배변하면서 항문이 찢어지는 증상이다. 배변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생긴다. 배변 후 휴지로 닦을 때 피가 휴지나 변에 묻어 나온다. 치열은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급성 치열은 좌변기에 오래 앉아 있지 않고 자주 좌욕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만성 치열은 항문 궤양으로 악화할 수 있고, 방치하면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치루는 항문 주위에 비정상적인 통로를 만드는 질환이다. 항문 주변에 통증과 부기‧고름 등 분비물과 출혈이 나타난다. 치루를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치핵과 만성 설사, 염증성 장 질환, 항문 주위 농양 등이 손에 꼽힌다.

평소 치루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과로‧과음, 심한 설사 후 염증이 생겨 항문이 아프다가 곪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오래 두면 항문 주위에 개미굴처럼 복잡한 길이 뚫려 치료하기 어려워진다. 드물게 치루암으로 악화하기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치질 증상이 혈변, 하복부 불편감, 통증 등으로 대장암 증상과 비슷해 헷갈릴 수 있어 증상만으로 병을 예단하지 말고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했다.

◇화장실에서 5분 넘기지 말아야

치질을 예방하려면 우선 규칙적인 배변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바이오리듬도 그에 따라 잘 돌고, 배변도 원활해진다.

대변볼 때 스마트폰이나 책을 보면서 배변 시간을 5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배변할 때 너무 힘을 주지 말아야 하고, 틈틈이 좌욕하거나 항문 주위를 청결히 유지해야 한다.

평소 적당히 운동하면 장 운동에 도움이 된다. 평소 방석이나 쿠션 위에 앉는 것이 좋다. 뒤처리 시 휴지보다는 비데, 젖은 휴지로 닦는 것이 낫다.

이지혜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조깅·수영 등을 꾸준히 하면 좋다”며 “케겔 운동과 같이 골반저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이나 아기 자세 같은 요가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 말아야 할 운동도 있다. 자전거 타기나 승마, 스쿼트, 역도 같은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은 치질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김문진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치핵을 예방하려면 하루 20~30g의 섬유질과 1.5~2리터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항문 질환 예방법]

-차가운 장소나 딱딱한 의자는 피하기

-변기에 5분 이상 앉아 있지 않기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

-욕조에 40도의 따뜻한 물로 편안한 자세로 5~10분 담그기

-배변 후 비데나 샤워기로 씻어내고 말리기

-섬유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고 물 많이 마시기

-맵거나 짠 음식은 피하기

-장시간 앉아서 근무할 때 일어서서 휴식 시간 갖기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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