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함태탄광 수질정화시설 스케치
오는 길에 보셨겠지만 탄광 주변에 맑은 물이 흐릅니다. 3년 전부터는 1급수에서만 사는 멸종위기종 수달도 찾아요.
박용훈 엠제이테크 소장
7일 강원 태백시 함태탄광 근처 수질정화시설에서 만난 박용훈 엠제이테크 소장은 "(정화를 끝낸 물이) 음용수로 지정된 물이 아니라 마실 수는 없지만 이 물에 금붕어를 키울 만큼 깨끗하다"고 자신했다. 엠제이테크는 광해방지사업과 수질오염방지사업을 하는 강소기업.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부터 1993년 문을 닫은 함태탄광 수질정화시설을 위탁받아 운영·감독한다. 공단은 2003년 함태수갱으로부터 나오는 갱내수를 처리하기 위해 갱도 부근에 시설을 착공 2004년 10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탄광 개발이 한창이던 시절 인근 하천에는 석탄 가루가 섞인 검은 물이 흘렀다. 1980년대 에너지원이 석유로 바뀌며 문을 닫은 탄광이 급증했고 몇 년 뒤 갱도 입구에는 붉은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광산 개발로 파헤친 길을 따라 산소가 유입되고 지하수가 차오르면서 탄광 내 광물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철, 망간 등 중금속이 녹아든 오염수가 만들어졌다. 5,400여 개에 달하는 국내 휴‧폐광산(석회광산 포함) 중 정화시설이 필요할 만큼 오염이 심각한 폐광산은 전국 189개에 달한다. 함태탄광도 심각하게 오염된 곳 중 하나였다. 특히 갱도에서 나온 물이 인근 소도천을 따라 낙동강 상류로 흘러들어갔다.
이날 둘러본 정화시설 운영실 안에는 데이터로 가득한 계기판이 실시간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갱내수는 하루도, 한시도 쉬지 않고 계속 방출되기 때문에 정화시설도 멈출 수 없다. 박 소장은 "이곳은 연중무휴"라며 "정화 시설이 멈추면 중금속이 든 갱내수가 하천에 그대로 유입돼 직원 일곱 명이 24시간 365일 일한다"고 말했다.
"갱내수 자연정화까지 최소 100년 걸려...개발 후 처리 신경 써야"
정화시설로 유입된 갱내수는 폭기조→pH조정조→응집조→침전조→여과조 등 처리시설을 거친다. 철을 산화하는 폭기조와 망간을 중화하는 pH조정조가 핵심 공정이다. 응집조에서는 철, 망간 등을 작은 덩어리(플록, floc)로 만든다. 개구리알처럼 작은 적갈색 알갱이는 침전조에서 물과 최종 분리된다. 알갱이는 탈수 작업을 거쳐 시멘트 부재료로 재활용된다. 박 소장은 "슬러지 3분의 2가량을 영월 쌍용C&E(전 쌍용양회)로 보낸다"고 말했다. 갱내수는 여과조에서 모래를 이용해 최종 필터링 과정까지 마치면 소도천에 내보낸다.
다만 탄광 주요 시설이 보존돼 탄광학습장으로 운영되고 하천에 1급수가 흐르는 함태탄광의 사례는 행운인 경우다. 정부의 '광해(광업활동으로 생긴 피해)방지기본계획'이 시작된 후 수질정화시설이 필요하다고 판정된 폐탄광 189곳 중 정화시설이 설치된 건 48곳(정화시설 59개)에 그친다. 함태탄광은 그중 하나다.
2007~2021년까지 1~3차 계획의 투자 예산(1조6,879억) 중 실제 투입된 예산은 69%(1조1,706억)에 그쳤다. 그만큼 광해 복구가 더뎌졌다. 탄광 인근에서 적갈색 빛이 도는 하천을 봤다면 대부분 오염된 갱내수다.
산업부는 4차 광해방지기본계획을 지난해 10월 내놨다. 2021년 기준 21.8%인 복구 완료율을 2026년까지 3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인데 1~3차 때와 마찬가지로 예산 투입이 제한되면 복구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 광해광업공단 관계자는 "자연적으로 갱내수에서 기준 이하 중금속이 배출되려면 짧아도 1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탄광 수질정화시설은 사실상 반영구시설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려면 개발 후 처리 문제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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