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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손·발·시선’ 4가지 증상 나타나면 ‘침묵의 살인자’ 뇌졸중 의심해야

입력
2023.12.10 06:20
수정
2023.12.11 17:46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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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쪽 팔다리 마비, 발음 어눌해지는 것 등 뇌졸중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곧바로 119로 전화로 재빨리 병원에 가서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아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쪽 팔다리 마비, 발음 어눌해지는 것 등 뇌졸중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곧바로 119로 전화로 재빨리 병원에 가서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아야 목숨을 건질 수 있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겨울철엔 뇌졸중(腦卒中·stroke)에 많이 걸린다. 추워진 날씨 탓에 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압이 높아져 약해진 혈관에 압박을 가하기 때문이다.

뇌졸중에 매년 10만5,000명 정도가 노출돼 5분에 1명씩 발생하고 20분에 1명꼴로 사망한다. 국내 사망 원인 4위에 오를 정도로 치명적이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다행히 목숨을 건져도 40~60% 정도가 발음ㆍ보행ㆍ운동장애 같은 후유증을 앓고,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도 겪는다.

‘뇌졸중 치료 전문가’ 김범준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뇌졸중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마비 등 환자 예후(치료 경과)가 매우 나쁘다"며 “발음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다리가 힘이 없어지는 등 뇌졸중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119로 전화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을 설명하자면.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는(뇌출혈) 것을 말한다. 고혈압 등 한 가지 원인으로도 발생하지만 대부분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따라서 뇌혈관이 막히고 파열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뇌졸중학회에 따르면 6명 중 1명꼴로 뇌졸중을 겪을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뇌졸중을 겪은 환자는 한쪽 마비 등 신경학적 결손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상당한 후유장애가 발생한다. 또한 뇌졸중이 발생하면 치료비뿐만 아니라 후유장애로 인해 적지 않은 사회경제적 비용도 든다.”

-뇌졸중 치료에는 골든 타임(4, 5시간 이내)이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뇌졸중은 별다른 전조 증상이 없다. 뇌경색 환자 중 5% 정도만 전조 증상이 나타날 뿐이다. 따라서 전조 증상 여부를 매번 확인하는 것보다 뇌졸중 증상이 나타났을 때 즉시 병원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적인 뇌졸중 증상은 팔다리 한쪽 마비, 발음·언어 장애 등이다.

뇌졸중은 앞서 말했듯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흡연, 신체 활동 부족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등에 노출돼 있다면 약을 먹으면서 혈압·혈당·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해당 질환 환자나 가족이라면 뇌졸중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에 관련 증상과 발생 시 대처법을 익혀둬야 한다.”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뇌졸중 관련 증상은 무엇인가.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이웃·손·발·시선’이라는 대표적인 뇌졸중 의심 증상 4가지를 홍보하고 있다. ①‘이~’하고 ‘웃’을 수 있는지 여부 ②두 ‘손’을 앞으로 뻗을 수 있는지 여부 ③‘발’음이 명확한지 여부 ④‘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지 여부 등이다. 이를 통해 안면마비와 편측마비를 진단할 수 있다.

이때 마비는 저리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근력 저하로 갑자기 힘이 빠지는 것을 말한다. 이들 4가지 증상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되면 즉시 119에 전화해 병원을 찾는 게 중요하다. 또한 뇌졸중 원인 인자가 있는데 이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일단 병원에 가야 한다.

이 밖에 두통, 구토, 어지럼증, 걸음걸이 이상, 복시(複視), 음식이나 물을 삼키기 어려워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일시적으로 뇌졸중 의심 증상이 왔다가 수분 내에 호전되는 ‘일과성 뇌허혈발작’ 증상이 있다면 뇌졸중 진행 확률이 높으므로 증상이 사라졌다고 방심하지 말고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어지럼증으로 발생하는 뇌졸중의 경우 30%는 전조 증상을 모르고 지나가기 쉽기 때문이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급성 뇌경색 환자가 병원을 빨리 찾아오면 '혈관 재개통 치료(항혈전제 투여, 혈전제거술)'를 시행한다. 항혈전제는 정맥 투여 혈전용해제(tPA)인 ‘액티라제(알테플라제)’ ‘메탈라제(테넥테플라제)’가 쓰이는데, 안타깝게도 효과 좋은 메탈라제(베링거인겔하임)는 국내에 공급되지 않고 있다.

혈관 재개통 치료가 필요 없거나 병원을 너무 늦게 찾았다면 증상 악화를 예방하기 위해 내과적 치료를 시행한다. 3~5일 정도 치료하고 이후에는 2차 뇌경색을 막고 신경학적 회복을 위한 약물과 재활 치료를 병행한다.

뇌출혈은 초기 수술 필요 여부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출혈량이 많거나 출혈로 인해 뇌의 중요한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수술로 출혈을 막아야 한다. 상태가 심하지 않으면 혈압을 낮추고 여러 내과적 치료로 환자 상태를 안정시키고 뇌출혈 원인 파악 및 필요한 수술·시술·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이후에는 뇌경색 치료와 마찬가지로 재발 예방을 위한 약물·재활 치료를 시행한다.

뇌졸중(뇌경색, 뇌출혈)이 발생하면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받아야 하지만 이후 재발을 막기 위한 약물 치료도 중요하다. 아울러 뇌졸중 발생 시 신경학적 손상에 따른 신체장애는 생길 수밖에 없기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재활 치료도 중요하다.”

-뇌졸중을 겪으면 환자나 가족들은 당황하게 되는데.

“뇌졸중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가족에게 뇌졸중 증상을 나타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은 뇌졸중 환자와 가족들을 돕기 위한 뇌졸중 핫라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뇌졸중 진단 환자나 발생 가능성이 있는 환자의 정보를 미리 등록하고 환자에게 뇌졸중 증상이 발생하면 당사자나 보호자가 핫라인으로 연락하면 무료 상담을 진행한다. 긴급한 상황이라면 곧바로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의료진은 환자 정보와 증상을 바탕으로 환자가 응급실 도착전에 수술이나 시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함으로써 환자 예후(치료 경과)를 높이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분당서울대병원은 정부로부터 경기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된 이래로 전체 경기도에서 발생하는 뇌졸중에 대한 응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최종 치료를 맡고 있다. 그리고 병원 인근 이천시·여주군 등 의료 취약지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소방 구급대 및 인근 지역 병원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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