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라이프 꿈꾸던 주인공들의 변화
현실 속 청춘과 다른 모습
우리네 인생에서 결혼은 필수일까.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이러한 생각을 반영하듯 요즘 영화와 드라마 속에도 연애 혹은 결혼을 멀리하는 주인공들이 등장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싱글 인 서울'의 영호(이동욱)는 "지금 혼자 살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고 말하며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인물이다. 과거 여러 번의 연애에 실패했던 그는 이제 혼자 사는 삶을 즐긴다. 홀로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집에서도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누린다. 영호는 '싱글이 답이다'라고 생각하며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을 그리지 않게 됐다.
영호 이전에도 싱글 라이프를 강조하는 캐릭터들이 대중 앞에 나타나곤 했다. 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의 공태경(안재현)은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우아한 고독사를 꿈꾸는 예외 없는 비혼주의자'라는 설정을 갖고 있었다. '진짜가 나타났다!'보다 일찍 방영된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 역시 비혼주의자인 구준휘(김재영)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 윤재석(이상이) 또한 비혼주의자라는 점으로 시선을 모아 왔다.
현실에도 비혼주의자가 많아진 만큼 이러한 설정을 가진 영화, 드라마 주인공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 정도가 크든 작든 작품은 우리 사회의 현 상황, 대중의 관심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예인 중에도 모델 정혁, 코미디언 김신영 등이 비혼주의자라는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그러나 영화, 드라마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싱글 인 서울'의 영호는 극 초반 싱글 라이프를 이어가겠다는 확고한 뜻을 내비쳤으나 결국 현진(임수정)과 러브라인을 형성했다. '한 번 다녀왔습니다' 윤재석은 송다희(이초희)에게 프러포즈한다. 상대에게 "여태껏 나는 내가 정착, 책임, 약속이라는 단어랑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정착하고 싶어졌다"는 달콤한 말도 함께 건넨다.
연애 혹은 결혼을 피하던 많은 주인공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지켜오던 소신을 꺾었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연애, 결혼으로 끝을 맺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져왔던 클리셰다. 클리셰에 익숙해진 많은 시청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만한 결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연애, 결혼으로 끝맺을 이야기라면 꼭 주인공에게 특별한 설정을 부여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비연애주의, 비혼주의는 그저 이용당한 듯한 느낌이다. 확고했던 결심이 사랑하는 사람만 나타나면 꺾일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이 마주한 장애물은 다양하다. 지난 8월 발표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담긴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 1위는 결혼 자금 부족(33.7%)이었다. 결혼 필요성 못 느낌(17.3%), 출산·양육 부담(11%), 고용 상태 불안정(10.2%), 결혼 상대 못 만남(9.7%)이 그 뒤를 이었다. 경제적 어려움 등 여러 장애물을 맞닥뜨린 많은 청년들에게 결혼관은 마음에 꼭 맞는 상대를 만난다고 해서 마음을 바꿀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비연애, 비혼주의자들의 신념은 특히 확고한 편이다. 부모의 불화를 보며 겪은 마음의 상처, 경제적 부담 등 다양한 사연 속에서 이들은 싱글 라이프를 굳게 결심했다.
그럼에도 많은 작품들이 맘에 쏙 드는 상대가 나타났다는 이유로 신념을 꺾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빈번하게 그려내기도 한다. 이들의 변화가 로맨틱할지언정 경제적 이유, 환경적 이유로 비연애나 비혼을 결심한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긴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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