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미 지명한 상표... 식별력 훼손 우려"

레고랜드. 레고랜드 제공
덴마크의 세계적 완구기업인 레고(LEGO)가 회사 이름에 '레고'를 포함한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상표권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레고가 주식회사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를 상대로 제기한 등록무효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16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등록상표(레고켐의 상표)는 저명상표인 선사용 상표(완구기업 레고의 상표)들이 가지는 식별력을 손상할 염려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레고켐은 2015년 11월 '레고켐파마'라는 이름의 등록상표를 출원했다. 레고 측의 이의신청으로 상표등록이 거절됐지만, 특허심판원(특허 분쟁을 해결하는 심판기관)이 레고켐의 불복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결국 2018년 9월 상표가 등록됐다. 그러자 레고는 2020년 3월 특허법원에 등록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법원은 레고 측 손을 들어줬다. 레고켐은 "화학물질 합성 방법을 설명하는 학술용어에 레고 케미스트리(블록을 조립하는 것처럼 화학물질을 합성하는 것)가 있다"며 상표 이름이 완구기업 레고와의 무관함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레고는 국내 일반 수용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저명한 상표"라며 "레고가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 구축한 고객흡인력 등이 분산되거나 희석될 것"이라고 봤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우선 레고켐파마의 명칭 중 핵심 부분이 '레고'이며, '켐'과 '파마'는 단순히 화학·약학 분야를 나타내는 이름으로 별다른 식별력이 없다고 봤다. 또 레고켐이 매우 높은 인지도와 식별력을 가진 '레고' 이름을 사용한 것을 두고는 "저명한 선사용 상표들과 연상 작용을 의도해 이 사건 등록상표(레고켐파마)를 출원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허 재판은 2심제로, 특허법원 선고에 불복해 상고하면 바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표법상 '타인의 저명한 상표가 가지는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의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고 본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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