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위원장 "혁신위 활동 마무리한다" 조기 종료 선언
기득권 벽 막힌 혁신..."정치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돼"
수직적 당정관계 재정립 요구 외면...'윤심 대결' 단초 돼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7일 좌초했다. 24일까지로 예정된 두 달의 임기조차 채우지 못하고 조기 해체를 선언했다. "와이프와 아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당 주류와 친윤석열계 핵심을 향해 '희생'을 요구했지만 관철하지 못했다. '윤심(尹心)' 논란을 자초하며 수직적 당정관계의 한계만 절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침통한' 인요한 "나머지 50%는 당에 맡긴다"
인 위원장은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오늘 회의로 혁신위 활동을 마무리한다"며 "(혁신위원들이)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을 잘 파악해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 쇄신을 기치로 출범한 지 불과 42일 만이다. 혁신위는 추가 논의 없이 그간 제시한 혁신안을 종합해 11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인 위원장 표정은 회의 내내 침통했다. 김기현 대표가 전날 만남에서 '희생 혁신안'을 당장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못 박아도 혁신위는 속수무책이었다. 인 위원장은 "김 대표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며 서운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그는 기자들의 추가 질문에 답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
당 주류 외면에 예견된 조기해체..."기득권 카르텔 막혔다"
돌이켜보면 혁신위 조기 해체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지난달부터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요구한다"고 압박했지만 당 주류는 외면했고 반향은 갈수록 떨어졌다. 개별 의원들의 거취가 내년 총선 전략과 맞물려 있어 혁신위의 독촉은 되레 역공의 빌미가 됐다. 영남지역 장제원 의원은 지지자 수천 명을 모아놓고 "서울에는 안 간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 위원장은 "공천위원장으로 나를 추천해달라"며 과한 욕심을 부렸다. 당내에서는 "혁신은 실패했다. 인 위원장이 치료법을 제안했지만,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다" (안철수 의원), "우리 당 변혁 방향을 제시하면서 당원과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지만,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했다"(홍준표 대구시장), "당 지도부의 비협조로 (혁신위가) 용두사미가 됐다"(하태경 의원) 등 반응이 나왔다.
'윤심' 고립 자초한 혁신위...인요한 "대통령님께 감사하다"
혁신의 핵심인 '수직적 당정관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아 혁신위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대통령 측에서) '소신껏 끝까지 해달라'는 신호가 왔다"며 '윤심'을 주장했던 게 대표적이다. 대통령실은 "그런 (신호를 보내는) 것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인 위원장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나라님"으로 지칭하더니 이날 활동 종료를 선언하며 "대통령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의 이 같은 태도는 김 대표와의 '윤심 대결'로 치닫는 단초가 됐다. 김 대표는 5일 윤 대통령과 비공개 오찬을 갖고 신임을 재확인하며 인 위원장과의 갈등 구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혁신위의 존재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당내에서 "혁신위 활동이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SBS 라디오에 나와 "건강한 당정관계는 제일 중요한 어젠다인데 혁신위가 이를 끝까지 꺼내지 않아 그게 불만"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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