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기업 우회상장 방법인 '스팩'
매출 추정치와 실적 간 괴리 커
금감원, 공시 강화 등 제도 개선
바이오기업인 A사. 이 회사는 지난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ㆍ스팩)에 합병되면서 상장에 성공했다. 특정 질환 치료제 개발로 조만간 1,430억 원 규모 매출이 발생할 것이란 호재로 합병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실제 스팩에 합병된 후 A사는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이 지연되면서, 1년 이상이 지난 현재도 매출이 단 한 푼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스팩에 합병되면서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 인수ㆍ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인데, 투자자들을 모아 상장한 후 3년 내 비상장 기업을 합병한다. 스팩으로 합병된 비상장 기업은 상장되는 효과를 얻는다. 투자자들은 주식처럼 스팩 지분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구조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스팩을 통해 상장된 기업 139개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정 현황을 분석해 7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비상장 우량 기업이 합병 대상으로 선정됐는지 의문이다. 실제 이들 기업의 매출액 평균(469억 원)은 매출 추정치(571억 원) 대비 17.8% 미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도 평균 44억 원으로, 추정치 106억 원의 58.7%에 그쳤다. 스팩으로 상장한 기업의 76%는 추정 매출 달성에 실패했고, 84.1%는 실제 영업이익이 추정치에 미달했다. 그간 시장에서 제기된 스팩 상장 기업의 고평가 우려가 현실로 확인된 셈이다. 매출이 부실한 기업을 합병한 스팩은 가치가 떨어지고, 투자자들의 피해로 연결된다.
이에 금감원은 스팩 투자자가 합병 대상 회사를 선정하는 회계법인의 전문성과 신뢰성, 객관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내년 1분기 개선할 방침이다. 회계법인의 스팩상장 기업의 외부평가 이력 등을 증권신고서 공시항목으로 추가하고, 매출 예측치와 실제치 차이 등이 충실하게 공시되도록 작성 양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래 영업실적 추정의 근거가 충분히 기재됐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등 심사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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